
최고위원 선거에는 모두 12명이 예비경선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김근식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신동욱 양향자 최수진(가나다순) 후보가 본경선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8월 5∼6일 책임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진행된 예비경선에서 승리했다. 모두 4명이 입후보한 청년최고위원은 후보자 4명(박홍준 손수조 우재준 최우성)이 본경선에 올랐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김근식 양향자 후보를 제외한 6명이 친윤 주자로 꼽힌다.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후보는 8월 11일 전한길·고성국 등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생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김문수 장동혁 후보도 같은 방송에 출연했었다. 강성 당심에 호소하는 반탄 강성 후보의 전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셈이다.
강성 보수 성향 유튜브 출연을 자제하는 등 반탄 강성 이미지를 보이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현역 의원인 신동욱 최수진 최고위원 후보도 당내에서는 친윤으로 거론된다. 신동욱 후보는 대야 강성 노선을 선호하는 당심을 의식한 듯 8월 8일 보수 진영 텃밭인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를 겨냥, “우리 당 안에도 지금 민주당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있다”며 “뭉쳐야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안고 싸울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최수진 후보 역시 이날 “더 이상 내부 총질이 아니라 똘똘 뭉쳐서 이재명과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역 의원 출마 기근 현상 속에서 최수진 후보는 당초 최고위원 출마가 예상되지 않았지만 친윤계가 여성 최고위원도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왔다. 당 주류의 강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김근식 후보는 친한계 대표 주자로 여겨진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가 주도했던 찬탄 진영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고 있다. 한 전 대표가 60%가 넘는 지지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경력이 있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당심에 ‘한동훈 세력’이 크게 새겨져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그는 8월 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친한 후보’로서의 선명을 드러냈다. 이날 김 최고위원 후보 소개 영상에서 친윤 열혈 지지층으로 꼽히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자 당원석에서는 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한길 씨는 김 후보의 연설 도중 “김근식이 나를 비난한다”며 격분했고 당원석 쪽으로 달려가 “배신자”라고 외치도록 지지자들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찬탄파인 조경태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항의하면서 장내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김 후보는 8월 12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배신자 김근식입니다”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배신자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데는 조폭 집단과 북한 수령제 사회”라고 받아치면서 당내 반탄 세력을 겨눴다.
전당대회 관리를 오랫동안 해온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본경선의 80%를 차지하는 당원 표심이 결국 최고위원 당락을 결정짓는다. 절대 다수 당원들은 반탄 쪽으로 보이지만 찬탄도 일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찬탄 쪽도 선명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중”이라고 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김민수 최고위원 후보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그는 원외 대변인 출신이지만 홍석준 전 의원 등 ‘금배지’ 출신까지 예선에서 따돌린 뒤 본선에 올라왔다. 합동연설회에서 좌중을 사로잡는 강한 메시지로 이목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김민수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나경원 캠프에서 뛴 ‘나경원 인사’로 분류되는데 나 의원 쪽에서 강하게 밀면서 성적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김 후보가 최고위원이 된다면 영원한 잠룡으로 분류되는 나 의원도 당내 주류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계속해서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때는 주류 쇠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전당대회를 열고 홍준표 당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 주류였던 친박은 밀려났다. 최고위원 자리도 홍 전 대표 측근들과 ‘비박’이 거머쥐면서 당대표 친정 체제가 강화됐다. 친박의 퇴조가 두드러진 당내 권력 지도가 그려졌다.
당시 최고위원 선거 1위는 원내 3선의 이철우 경북지사였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철우 지사는 홍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선 2017년 5·9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친홍계’ 인사였다. 같은 TK인 홍 대표와는 학연으로도 엮여 있었다.
최고위원 2위는 원외 류여해 교수였다. 당시 수원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류 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윤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초 입당했으며 당 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쳐 자유한국당 팟캐스트였던 ‘적반하장’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홍 전 대표와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그 역시 전당대회 선거국면에서는 친홍으로 분류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주류였던 친박은 최고위원 선거경쟁에서 간신히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선의 김태흠 충남지사는 당내 강경 목소리를 내는 ‘친박 돌격대’로서 3위를 차지했다. 대구 동구청장 출신 이재만 전 최고위원도 4위로 지도부에 이름을 올렸다. 친박계 원외 인사인 그는 유승민 전 의원에게 날을 세우면서 강성 친박 인사로 이름을 알렸다.
청년최고위원은 이재영 전 의원이 당선됐고 그 역시 범 친박으로 구분됐지만 계파색이 짙지는 않았다. 때문에 전체적인 지도부 권력지도는 친홍 약진, 친박 퇴진 구도로 짜여졌다.

이 전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을 놓고 김태흠 이재만 전 최고위원 등 친박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홍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을 최고위원에 앉히면 사당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친박 최고위원들의 주장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이 순식간에 탄핵·파면되니까 당내 분위기는 자책으로 가득 찼다. 일단 과거는 무조건 지우고 새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내를 휘감으면서 친박을 상당 부분 배제한 권력지도가 만들어졌다”며 “그런데 완전 절연의 결과가 자해에 가까웠고 민주당 위상만 올려줬다는 자책이 많아 이번에는 당심이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가 누가 되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돌출 이후 꾸려진 홍준표 체제처럼 당대표 중심의 친정 체제 구축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누구도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라는 평이다. 선두권을 형성하는 반탄 주자 2명(김문수 장동혁)도 당내 주류의 명확한 계승자라고는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에 선출되는 새 지도부 체제에서는 커튼 뒤 실력자들의 대리 정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한동훈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고 계파 소속 의원들을 대신 내세운 이유가 다시 거론되는 까닭이다.
나경원 의원이 최근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도 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8월 13일 나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로 나와 저항하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도 올려 당내 찬탄 세력들을 정조준해 “더불어민주당과 특검의 내란몰이 정치 공세와 정치 탄압에 들러리 서고 장단을 맞추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현직 대통령 집권 초반기 제1야당은 바람 앞의 등불일 수밖에 없다”며 “모든 의원들이 일심동체로 돕겠지만 이번 지도부는 꽤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할 숙명을 안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