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권을 신청한 최 처장의 첫 발언이었다. 이날 국무회의는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후 이 대통령이 직접 소집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내 침통한 얼굴로 회의를 주재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 처장이 농담으로 비쳐지는 듯한 말을 꺼낸 것이었다.
최 처장이 말을 장황하게 이어가자 이 대통령은 “결론만 말하라”며 중간에 끊었다. 이를 놓고 이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최 처장은 국무회의 4시간여 만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처장의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친명계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찐명’으로 통하는 김영진 의원은 7월 3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정말 상황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 그분(최 처장)이 공직자를 관리하고 인재를 추천하는 역할에 적정하겠는가에 대한 우려가 세상에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최 처장 같은 사람을 추천한 사람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최 처장은 유튜브와 저서 등을 통해 여야를 가리지 않은 막말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최 처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지지하는 청년들에 대해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애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유튜브에선 이 의원을 향해 “얘는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까는 것”이라며 정치를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선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70살 넘은 사람이 추하다”고도 했다.
최 처장은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올린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선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박원순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최 처장은 박 전 시장 조문을 거부했던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을 향해선 “출생신고서 잉크도 마르지 않는 애들”이라고 표현했다.
최 처장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향해서도 막말을 했다. 2000년 불거진 이른바 ‘윤미향 횡령 사건’ 당시 최 처장은 “나는 윤미향을 지지한다”면서 “친일 독재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려는 수작의 일환이다.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스스로 그런 행사를 기획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대부분의 말이 횡설수설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 처장은 현 범여권 주요 인사들을 향해서도 원색적 비난을 쏟아 부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 최 처장은 2020년 11월 1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성호 같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왜 이리 XX 같은가”라고 했다. 2022년엔 강훈식 비서실장, 김부겸 이낙연 전 총리 등의 사진을 올리며 “여기 있는 얼굴들을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최 처장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향해선 여러 차례 막말을 했다. 20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을 향해 “민주당을 말아먹고 있다”고 했다. 2024년 6월 8일엔 “조선시대 정신 상태”라며 “20년 동안 이한열 열사 끌어안고 있는 그거 하나로 해 먹었다”고 폄하했다. 이 밖에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 등도 최 처장 막말 리스트에 포함됐다.
여권이 곤혹스러워하는 지점은 최 처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친문 인사들을 주로 겨눴다는 것이다. 최 처장은 2024년 5월 11일 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건배하는 사진을 올린 뒤 “무능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끼리 논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4월 20일에는 문 전 대통령, 조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다섯 명을 거론하며 “국가적 재앙을 만든 자들”이라며 “이 자들은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 사회의 정치판이 정화될 수 없다”고 했다. 최 처장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까지 했다.
친문계는 발끈했다. 정권 초 계파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진 않지만 최 처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주를 이룬다. ‘친문계’ 윤건영 의원은 “화가 많이 난다. 치욕스럽다”고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 처장이 한 말들은 경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이런 사람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부 수반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최 처장이 결국 스스로 물러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자진사퇴한 강선우 의원 사례가 거론됐지만 최 처장은 7월 31일 임명장을 받았다. 이를 놓고 야권에선 ‘보은성 인사’라며 깎아 내렸다. 최 처장은 이 대통령을 향해선 “하늘이 내린 사람” “(임기) 5년은 짧다. 10~20년 해도 된다” 등과 같은 찬사를 표한 바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최 처장의 임명 강행을 두고 ‘이 대통령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를 놓고 앞으로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문제에 있어선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는 기류도 높은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지난 총선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많은 언론과 사람들이 ‘비명횡사’를 외치며 비판하니, 이 대통령은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다가 후에는 그대로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론 대승을 거두지 않았느냐. 정권 초반인데 인사를 놓고 여권에서 너무 많은 잡음들이 불거졌다. 대통령이 이진숙 강선우 카드까지 접었다. 여기까지인 거다. 심지어 차관급이다. 최동석이 아무리 문제가 많았어도 이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이유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