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8·22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크게 늘리는 내용의 룰을 확정했다. 책임당원 투표 결과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하기로 했다. 선관위 연설토론기획소위원장을 맡은 서지영 의원은 7월 23일 “기존에는 책임당원 투표 결과만 100% 반영해 예비경선을 치렀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원의 경우 후보자가 8명을 넘으면 예비경선을 치러 8명까지 압축하고, 청년최고위원은 예비경선으로 4명까지 후보자를 줄이기로 했다. 또 청년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는 45세 미만 책임당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당대표 선거는 김문수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을 필두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이 아닌 선택적 계승을 외치는 연착륙 세력, 조경태 안철수 의원으로 대표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 절연을 주장하는 경착륙 세력 간 대결 구도다. 연착륙 세력은 친윤 주류 지지를 받는다. 김문수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주류를 향해 한껏 동조화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7월 20일 출마 회견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 인적 쇄신안에 대해 “당이 쪼그라드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반은 혁신이지만 상당한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선택적 계승 입장을 드러냈다. 입당한 전한길 씨에 대해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입당을 받아들여야 하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7월 23일 국회박물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은 탄핵의 바다가 아니라 계엄의 원인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보수 궤멸의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인적 청산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장 의원은 또 “계엄은 수단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의회 폭거를 저지른 민주당에 유발의 커다란 책임이 있다”며 “의회 폭거를 저지르는 민주당과는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내부 총질만 일삼았던 국민의힘에도 계엄 유발의 나머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착륙 세력은 선명한 언어로 윤석열 전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만이 보수의 살 길이라는 입장이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7월 21일 “과감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사는 길”이라며 “당과 보수진영을 위기에 빠뜨리고 여전히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구태 세력들을 읍참마속하지 않으면 우리 당과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에 조금이라도 혐의가 있는 사람은 인적 쇄신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기본이 ‘45명 플러스알파’”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지목한 45명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당시 이를 저지하려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던 국회의원들을 지칭한다.
당권 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도 7월 23일 경기도의회를 찾아 “이번 전당대회는 개혁 세력과 반개혁 내지 과거 회귀 세력 간 노선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엄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명분도 없는 상태에서 권력자가 취한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그걸 옹호하는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는, 비개혁 노선이지 극우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착륙 세력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경착륙 세력에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7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누가 보아도 지금은 정권 실패와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 뒤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가는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출마 욕구가 강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결국 못 나온 것은 승산이 적었다는 계산 때문”이라며 “과거에 대한 선택적 계승, 이에 맞서 완전한 절연 주장이 나오면서 세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일단 현재 당의 주된 기류는 선택적 계승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라고 했다.
#8년 전엔 어땠나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완전 절연을 외치는 후보들만 당대표 선거에 나왔다. 당의 주류였던 핵심 친박들은 당권 경쟁에서 모두 빠졌고 최고위원 선거에만 친박계 김태흠 박맹우 의원 등이 나섰을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 직후인 2017년 5·9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 두 달 만인 7월 3일 전당대회를 치렀다. 당시 당대표 선거에는 친박과는 거리가 먼 홍준표 전 경남지사, 원유철 의원, 신상진 의원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지사를 비롯해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통한 보수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었다. 홍 전 지사는 당 주류를 완전히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해 당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드러냈고 경기도에서 5선을 했던 원유철 의원도 ‘수도권 후보’를 내세우면서 영남 중심의 친박 탈피를 내세웠다. 역시 경기도에서 4선을 했던 신상진 의원도 과거와의 절연을 통한 개혁을 앞세웠다.
가장 강하게 친박에 날을 세웠던 홍 전 지사가 예상대로 당대표가 됐다. 그는 경선 기간 중 친박계를 겨냥해 “친박이 파당을 지어 나라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내부 권력 투쟁을 했다”고 맹비난하면서 “국정 파탄 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자유한국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들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때렸다.
당시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이었던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그때는 탄핵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워낙 갑작스럽게 탄핵을 당하니 보수정당 내부에서는 온통 박근혜 전 대통령을 때리고 자책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민주당 주장과 완전히 같은 주장을 하면서 내부부터 쳤는데 결국 결과는 우리 당을 더욱 약체로 만들어 2018년 지선·2020년 총선 참패를 불러왔고 지금 선택적 계승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 게 그때의 미숙한 행동에 대한 반성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연착륙 세력의 우세를 점친다. 앞서 언급했듯 8년 전 경착륙 결과가 좋지 않았던 데다 경착륙 세력에서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동훈 전 대표가 가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친한계인 조경태 의원을 강하게 밀지 않고 최고위원 쪽에 친한계 의원들을 다수 진입시키는 ‘낮은 단계의 세력 균형’ 전략을 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면서 당대표 선거에서 경착륙 세력의 힘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당대회 초반 김문수 전 장관이 앞서나간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장동혁 의원 세 불리기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 당 내부에서 잇따라 나오면서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드는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전 장관이 후보 단일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억을 되살려볼 때 김 전 장관에 대한 신뢰 점수는 높게 형성되지 못하는 형편이고 이로 인해 장 의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의원과 자주 소통하고 있고 영남 지역 사정에 밝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7월 23일 YTN라디오에 나와 “김문수 후보가 거의 압도적으로 될 것”이라며 “영남에 당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영남이 고향인 김문수 쪽으로) 이미 대강 정리가 된 분위기”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주류를 중심으로 ‘김문수 못 믿는다. 장동혁으로 가자’라는 얘기도 있고 ‘그렇다면 장동혁은 어떻게 믿나’라는 기류도 있다”며 “김 전 장관은 져도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은퇴하면 되지만 장 의원은 내상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고 향후 강한 견제가 불가피해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수치가 나오면 장 의원이 김 전 장관과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