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이 의원이 들여다보고 있던 주식 거래 계좌 명의는 차 아무개 씨였다. 차 씨는 이 의원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퍼졌다. 금융실명법상 차명 거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의원과 차 씨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차 씨는 더팩트에 “(이춘석)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알고 헷갈려 들고 들어갔다. 거기서 내 주식 창을 잠시 열어 본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서 차명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었다. 보좌관 휴대전화를 들고 갔다고 하더라도 화면을 보면 본인의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타인의 휴대전화를 켜서 주식 거래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구체적인 주식 거래 내역을 보기 위해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 의원과 차 씨가 말을 맞춰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군다나 2024년 10월경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때 주식 거래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는데, 그 당사자가 이 의원이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이때 계좌 명의 역시 차 씨였다고 한다. 이 의원이 상습적으로 차명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금까지 공개된 이 의원 재산 등록에선 주식 보유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이재명 정부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의 경제2분과장이라는 점도 새로운 논란으로 이어졌다. 경제2분과는 AI, 산업통상, 과학기술 등을 담당한다. 이 의원이 거래했던 3종목과 모두 연관이 있다. 이 의원이 주식을 거래한 8월 4일 오후 2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대표 인공지능(AI)’을 개발하겠다며 기업 5곳을 발표했다. 여기엔 이 의원이 갖고 있던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됐다. 내부 정보를 이용, 주식을 거래한 것은 아닌지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주진우 의원은 “(이 의원은) 경제2분과장을 맡았고, AI 정책을 담당한다.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라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도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주 의원은 8월 6일 자본시장법,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의원을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이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8월 6일 통화한 한 초선 의원은 “왜 그렇게 어설픈 해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거짓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휴가를 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태가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도 이 의원을 방어해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앞선 8월 1일 민주당은 주식 하락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주식시장에선 이날을 ‘검은 금요일’이라고까지 칭했다. 투자자들은 7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 영향 때문이라며 원성을 쏟아냈다. 개편안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내리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는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는데,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여기에 이춘석 의원 사태가 불을 지른 격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부동산에 집중된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이른바 ‘국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스피 5000시대’ 발언도 여권 곳곳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겠다”면서 주가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세제 개편안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여권 중진의 차명 거래 정황이 나오면서 실망하고 분노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쳤던 여권이 오히려 찬물을 부었다”면서 “강선우 이진숙 등 연이은 인사 논란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징계 등과는 별개로 이 의원이 배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빠른 수습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보도 당일인 5일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직후 이 의원은 탈당과 법사위원장 사퇴를 발표했다. 8월 6일 정 대표는 “이 의원을 제명 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명은 징계 중 가장 센 처분이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더라도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 기조대로 엄정하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이례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 의원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즉시 해촉하라고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