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협상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미국에 맞서 별도의 경제공동체나 결사체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 북핵 문제는 글로벌 안보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BBC 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균형 있게 대응했고 상호 친밀감 조성에 성공하며 회담을 우호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과반 이상(53.1%)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60.7%가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정책 전문가들은 양 정상이 ‘개인차원의 화학적 궁합(케미)’는 긍정적으로 만들었지만 실무적 정책조율이나 무역·안보 현안의 실질 협상은 여전히 ‘미봉’ 상태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미간 통상합의에서 확인되지 않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장에서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됐던 부문은 △관세 협상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세율 0%)과 미-일·미-EU간 최혜국(MFN, 관세율 2.5%)의 차이 인정 △반도체와 철강 등 주요 대미 수출품목의 관세 설정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형태와 성격의 구체화 △주한미군의 역할과 방위비 부담 비율 변화 원칙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 등이다. 양국 정부 발표를 보면 이들 중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오히려 한국이 기존 합의의 수정을 원했지만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양 정상 간 만남 외 다른 요소들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요소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에는 4대 그룹은 물론 재계의 주요 총수들이 총출동을 했다. 대부분이 의사결정권을 가진 오너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를 찾은 해외 정상 중에 이만한 규모의 기업인과 동행한 곳은 없었다. 일본 방미단 역시 한국에 한참 못 미쳤다. 재계 총수들이 반강제인 3500억 달러 투자를 향후 미국 제조업 생태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일본도 독일도 아닌 중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품의 미국 수입을 관세로 막으면 한국 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일례로 전기차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배제되면 한국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도 있다.

관건은 반도체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굳힌 대만 TSMC도 미국 투자에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다. 미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인텔 등 자국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도 엄청나다. 삼성전자가 짓는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가 테슬라 수주에 성공했지만 TSMC 대비 얼마나 높은 수율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가 압도하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역시 삼성전자의 진전은 더딘데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