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대표는 8월 21일 의원총회에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4일에도 “검찰개혁의 큰 산을 우리가 넘어가고 있다. 약속드린 대로 추석 전에 ‘검찰청 해체’ 소식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월 25일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실 있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견해다.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서두를 경우 정작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가 모아졌지만 방법 등을 놓고는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례로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행안부와 법무부 안이 맞선다. 민주당에선 수사기관을 법무부 관할로 하면 검찰개혁 의미가 퇴색된다며 행안부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8월 25일 “(중수청은) 행안부에 두는 안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법무부에 두면 수사와 기소가 실질적으로 분리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행안부 안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검찰개혁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정해진 사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경찰과 국가수사본부를 관할하고 있는 행안부에 중수청까지 더해지면 권한이 집중되고, 수사기관 간 견제가 어려울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8월 27일 경향신문을 통해 “중수청을 행안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수청이 검찰과 달리 선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누가 담보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보완수사권도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기겠다는 방침이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면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사법통제 측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은 선이고 검찰은 악이란 말이냐”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박종철 고문 사건은 영영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정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다음날 강훈식 비서실장도 “검찰개혁을 땜질식이 아닌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호 장관도 나섰다. 정 장관은 8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을 저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나 왜곡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면서도 “검찰개혁에 관해 많은 의견이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고 있고 그 의견들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 역시 속도 조절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측 스탠스에 민주당 내부는 엇갈린 반응이다. 우선 ‘추석 전’이라는 시기에 집착하지 말고 입법을 보다 촘촘히 설계하자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 등이 언급한 발언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친명계 한 인사는 “검찰로부터 집중적인 수사를 받았던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원한다. 그러나 당 대표 때와는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전반적인 여론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불쾌감을 내비치거나 오히려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강경파로 불리는 의원들이다. 정청래 대표 역시 여기에 가깝다. 민형배 의원은 8월 27일 “당 지도부는 (정성호)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는 “당에서 (공식) 입장을 안 냈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도 27일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개혁에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권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할 수 없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개혁 입법은 국회가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을 놓고 촉발된 갈등을 두고 정치권에선 전당대회 때 나타난 여권 주류 세력 분화의 또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친명 주류는 물밑에서 박찬대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권리당원 지지를 등에 업은 정청래 대표 승리였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당정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점쳤는데, 검찰개혁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이 그 연장선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8월 26일 사석에서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디테일이나 여론 수렴 여부 등을 놓고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원팀 모드에 균열이 생겼고, 이는 다른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를 ‘명청(이재명 정청래) 전쟁’이라고도 하던데, 그거는 너무 나간 얘기다. 다만, 임기 초반인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각자의 정치적 득만 챙기려 하면 여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