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름의 노력을 보이며 국민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히 평가할 만하다. 폴리티코와 같은 미국 정치전문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아첨’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지만 이를 단순히 ‘아첨’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단순한 ‘아첨’이 아니라 성과를 도출하려는 외교적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일본의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국가 간 약속을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해결할 문제는 해결하고, 진취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는 그에 맞게 풀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역사 문제와 외교 현안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실리적 외교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그런 입장을 취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워싱턴의 싱크탱크 CSIS 연설에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어긋나는 방식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과거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노선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일 보수 진영의 대통령이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일본 언론과 인터뷰하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아첨’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을 연출했다면, 그리고 미국에서 ‘안미경중’ 노선을 공식 부인했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하는 점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진보 언론과 진보 진영 대다수는 이 대통령의 이번 외교 행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동일한 행보를 보수 대통령이 보였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한 친일 행위’라고 비난했을 가능성도 있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며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정권이라고 공격했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 편에 서느라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해 한반도 안보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판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며 광화문을 가득 메웠을 수도 있다.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민 생명을 위협한다며 거리에 나가 시위를 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당시 난리를 쳤던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결국 진보 진영이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대통령이 진보 진영 출신이냐 보수 진영 출신이냐에 따라, 동일한 사안과 동일한 행위가 다르게 평가된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진보 세력의 내로남불 행태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우리의 현실이 과연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수 진영 비판은 주로 ‘정상회담에서의 홀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보수 측은 이 대통령을 ‘친일 매국노’나 ‘미국의 앞잡이’로 매도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를 자임하는 세력은 이제 자신들이 정파적 진보인지, 아니면 이념에 충실한 진보인지 스스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시점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