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자유롭게 흐르는 실개천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한용운 시인의 ‘알 수 없어요’의 한 구절이 너무나 어울리는 곳이었다.

작은 물은 돌부리를 울리며 노래하듯 흐르고, 큰물은 유유하게 흐른다. 어쨌든 물은 흘러야 한다. 큰물이든 작은 물이든 흘러야 한다. 흐르는 데서 물은 그 생명력을 얻는다.
물을 다룬 다큐 영화 ‘추적’이 나왔다. 정확히는 ‘4대강 사업’을 다룬 영화다. 최승호 작품이다. 언론이 제대로 질문을 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최승호는 질문을 품을 줄 알고 던질 줄 아는 언론인이다.
‘PD 수첩’의 전성기를 이끈 그의 자신감은 가보고, 느껴보고, 만나보고, 공부해보는 데서 온다. 이번에 다큐 영화 ‘추적’도 17년을 공들인 작품이다. PD로서 열정이 넘쳤던 40대에 시작해서 60대에 마무리했으니 인생을 건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 PD는 4대강 사업을 아예 ‘이명박의 사기극’이라 규정했는데, 그의 진심이 온전히 전해졌던 부분이 있었다.
“이명박이 4대강 사업 예산 22조 원을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한 거라면 차라리 OK, 감방가면 돼요. 그런데 이건 강을 완전히 파괴하는 거잖아요.”
22조 원씩이나 들여 강을 완전히 파괴한 사업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선언해 대대적인 국민 저항에 부딪쳤다. 대운하 건설이 여론에 막히자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 후에 4대강 사업으로 변형된 것이다.
최 PD는 4대강 사업은 운하 사업의 전 단계였을 거라고 의심한다. 그렇지 않으면 2500톤(t)급 컨테이너선이 지나다닐 수 있는 수심 6m를 고집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임기를 끝내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오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다시 물은 것이었다.
“4대강 수심 6m,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
강에 보를 설치하면 저수지가 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물이 썩으니 물고기들이 살 수 없고, 그 물을 정수해먹는 인간이라고 별 수 없다. ‘추적’에 나오는 인터뷰들은 모두 인상적이지만 그중 최재천 교수의 말이 오랫동안 남는다.
“아무리 국가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고 해서 자연을 그러게 맘대로 훼손할 수 있는 권한이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결론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물을 흐르게 하라! 여름철 강의 녹조는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화면으로는 그저 녹차라테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냄새 때문에 흉흉하기만 한 그 녹조는 사이노 박테리아인데 그에 비하면 청산가리는 독도 아니란다.
나이 들수록 자연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태양은 몸 밖의 심장이라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은유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들린다. 태양은 몸 밖의 심장이고, 강은 몸 밖의 혈관이다. 혈관이 병들었다면? 그것에 기대 살아가는 생명들이 건강할 리 없다.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금강과 영산강의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집권 4년 차에 들어서야 보 일부 해체를 결정했다. 너무 늦은 이 계획은 윤석열 정부 들어 모두 폐기됐다.
기후 변화가 예측을 불허한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고약해지고 있다.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것으로만은 강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강이 죽은 곳에서 인간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보를 완전히 해체해야 저수지가 된 강이 흐르는 강이 된다. 이재명 정부도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했다. ‘추적’을 계기로 한반도의 젖줄 4대강 문제가 빨리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부디 문재인 정권처럼 시간을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