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사용자의 범위 확대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원청 업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노동자 아닌 자도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해 특수고용자, 플랫폼 노동자 등도 단결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아울러 노동쟁의 대상도 기존에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것으로 제한됐지만, 바뀐 개정안이 적용되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조정이나 사업 개편 등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도 쟁의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완화된다. 아울러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이익을 방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용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할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설령 법원을 통해 노동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돼도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임금수준, 참여 경위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했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9월 8일까지 법안을 공포하면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8월 27일 원청업체 대표이사 정의선 회장을 고소했다.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이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교섭을 거부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취지였다. 네이버 계열사의 노조도 원청인 네이버에 인센티브의 통상임금 인정, 합리적인 연봉인상률을 요구하며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에선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면 기업들의 대처가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면서 파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법률은 전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경우 폭넓게 쟁의의 대상을 인정해 주고 있지만 불법 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사용자가 개인이든 노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불법행위를 지휘한 지도부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에 대해서도 불법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불법 쟁의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인과 노동조합 모두에게 원칙적으로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82년 개인의 불법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기 위한 입법이 진행됐지만, 불법 쟁의 행위에 따라 받는 사용자의 불이익이 정도가 평등권 원칙을 침해한다고 판단돼 무산됐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공인노무사)는 “노란봉투법의 기본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노동자의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해 입법적으로 정하는 부분이 조금 과할 수 있다”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교섭 확대와 불법파업 대응 비용이 늘어나면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상당수 해외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이 기업에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사업을 철수하고 다른 나라로 옮기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베트남이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경우가 많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긍정 평가 속 우려되는 지점
지난 7월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회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회의 판단에 모든 주주의 피해가 가지 않는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모든 주주에 대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이사회가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갈리는 상황에서 지배주주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 8월 25일 2차 상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며 재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안이 담겼다.
재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다수 이사 선임 안건에 그 인원만큼 주주들이 의결권을 갖는데, 한 후보에 자신이 가진 의결권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소수 주주들이 한 명의 이사 후보에 표를 몰아주면 소수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하는 국가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이다. 미국의 일부 주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을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국제통상학)는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논리가 모두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불투명하게 운영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병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배경에서 본다면 이번 정부가 제시하는 기업 경영 방침은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경영에 있어 글로벌 표준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라면서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하는 만큼 (건전한 자본주의 도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도입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