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놓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 설명 중 하나다. 금리 동결의 이유가 정상회담 결과는 아니지만 인하를 하지 않는 데에 따른 부담이 적었다는 뜻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에서 0.9%로 높였다. 여전히 1%를 밑도는 저조한 수치다.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데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 때문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8월 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서울의 상승률은 0.08%다. 직전 주보다 0.01%포인트 낮지만 연율로 따지면 4.3%가 넘는 수치다. 물가상승률이나 은행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치다.
서초구(0.15%→0.13%), 강남구(0.12%→0.09%), 송파구(0.29%→0.20%) 등 강남 3구는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북을 중심으로 11곳에서 상승폭이 커졌다. 금융 규제를 중심으로 한 6·27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셈이다.
정부는 조만간 공급 중심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기존 공급 계획도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 계획을 발표해도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관측하는 전세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 파장이 엄청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주저한 또다른 이유는 미국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행보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간 정책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물가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창용 총재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대내외 정책 여건을 좀 더 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소개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폭과 속도로 금리 인하를 진행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감한 금리 인하를 원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준의 입장은 신중하다.
연준 이사진을 자신에 유리한 구도로 개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며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9월 중 미국의 경제 지표 발표가 연준은 물론 한은의 행보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