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이 내란재판을 ‘보이콧’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씨는 법원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기소된 혐의 이외에도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추가 기소건이 많다는 부분은 김 씨에게 부담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도 재판에 계속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김건희 씨는 지난 8월 12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특검에 14일, 18일, 21일, 25일, 28일 총 다섯 차례 조사를 받았다. 소환 중간 20일, 23일, 27일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했다.
김 씨는 특검에 출석해서 줄곧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 유의미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특검은 8월 28일 진행한 5시간가량 조사를 끝으로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민중기 특검이 지난 7월 2일 정식 수사를 개시한 지 59일 만이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보고서가 왔는데, 인치가 상당한 곤란하다는 취지로 왔다”며 궐석 재판을 진행했다. 현행 사법 시스템에서 피고인이 완강하게 저항하면 재판에 강제로 끌려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를 윤 전 대통령이 남기고 있는 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과 내란 형사재판 출석할 때 정장 차림에 머리손질 및 화장을 하고 나와 특혜시비가 일었다. 당시 보수진영에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 대응했다”며 “반면 김건희 씨는 대통령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 부인일 뿐이다. 구속 상태에서 법원 출석 때 화장 및 머리손질을 받을 수 없다.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대중에 민낯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김 씨로서는 부담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희 씨 측 변호인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특검 조사에선 진술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수사기록을 꼼꼼히 검토해서 재판에는 특검의 주장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취지다.
김 씨의 보석 청구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석은 피고인이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을 때 받아들여진다”면서도 “다만 전제는 유죄가 선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혐의사실을 봤을 때 김건희 씨는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석 허가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어 “김 씨는 초반에 재판에 성실히 나오다가 재판부 분위기가 여의치 않거나 불리하게 진행되면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불출석할 수도 있다”고 점쳤다.
병보석 청구 관련해서 김 씨 측 변호인은 “그 부분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 지금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건희 특검법에 담긴 수사대상은 이외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채 해병 사망 사건 및 세관마약 사건 구명 로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등에 부당 개입 의혹 등 총 16가지였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8월 26일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검의 수사 인력 확충과 기간 연장 등을 담았다. 김건희 특검 개정안에는 수사 대상에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함께 김건희 씨와 측근의 MBC·YTN에 대한 경영간섭 및 탄압 의혹 사건 등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김 씨 측에 금거북이와 편지를 건넨 정황이 포착돼 ‘매관매직’ 의혹까지 새로이 불거졌다.
특검은 김 씨 구속기소 후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저 이전, 명품 목걸이와 시계 수수,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남은 수사를 진행, 추가 기소를 이어갈 방침이다. 추가적인 특검 수사 때문에도 김 씨의 보석 신청은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앞서 입장문에서 “지금의 나는 스스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마치 확정적인 사실처럼 매일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피하지 않고 잘 살피겠다”며 “앞으로도 그 어떤 혐의에 관해서든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출석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헌정사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의 구속기소에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특검 수사와 기소 여부는 사법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 결과 장동혁 당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가 다수 선출됐다.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와 절연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특검 수사는 국민의힘을 거세게 옥죄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8월 28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받는 권성동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의원 외에도 이른바 3특검의 수사대상에 오른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호 나경원 윤상현 의원(내란특검) 윤한홍 김선교 의원(김건희 특검) 이철규 임종득 주진우 의원(채해병 특검) 등 10명이 넘는다.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4년 넘게 붙들고 있다가 한 차례 비공개 조사 끝에 ‘불기소 처분’했다. 디올백 명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 역시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지연되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김 씨 관련 사건들이 특검 수사 두 달 만에 구속기소라는 결과로 나왔다. 검찰로선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는 검찰개혁 정당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씨의 구속기소는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무능함의 방증”이라며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