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우선 집안 단속부터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강한 야당을 가로막는 가장 높은 허들이 분열인 만큼 내부 총질하는 당내 구성원들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8월 26일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단일대오로 뭉쳐서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원내 107명이 하나로 뭉쳐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대표 일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찬탄파’를 정면으로 겨누면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보는 민주당 주장에 동조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동시에 향후 당론을 지속해서 어길 경우 징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장 대표는 “원내 단일대오가 되지 않으면 밖의 우파 시민들과 연대가 불가능하다”며 “원내 분란을 묵인하고, 방치한다면 그분들과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7석인 국민의힘은 함께 싸울 의지가 있는 자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재명 정권과 싸우는 방식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모든 시민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배출했던 역대 당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조직도 없이 선거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원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은 많은 보수 유튜버가 당원들에게 ‘왜 장동혁이 돼야 하는지’ 한목소리로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혈 지지층의 목소리부터 우선적으로 듣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전당대회 기간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 등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보수 선명성을 강조한 장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장 대표는 전 씨가 전대 연설회장 소란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소란을) 유발한 사람에게 동등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 대표는 내부 총질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우선적 정리는 물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이 아닌 ‘선택적 계승’을 하겠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전대 기간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원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겨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첫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던 8월 27일에도 “곁가지는 쳐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게시판 조사는 당무 감사와 함께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2024년 11월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날 선 비판을 주고받은 일이 있었다.
장동혁 지도부는 이재명·민주당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전당대회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8월 28일 국민의힘 연찬에서도 장 대표는 “이번 연찬회가 이재명 정권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출정식이 되면 좋겠다”며 “죽기를 각오하고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향후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한 것이었다.
장 대표는 8월 27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재명 대통령의 축하난을 들고 찾아간 자리에서도 “안타깝게도 정무수석께서 난(蘭)을 들고 오는 와중에도 오늘 본회의장에선 국민의힘 추천 몫 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는 난(亂)이 일어났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추천 몫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의 선출안이 부결된 것을 두고 여당을 질타하는 발언이었다.

장동혁 대표에 대한 강한 반발은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부터 터져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세력은 놔두고 엉뚱하게 내부만 겨누고 있다는 목소리였다. 친한동훈 계열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왔는데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친한계가 딴살림을 차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당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조경태 의원은 8월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장동혁 대표를 정면으로 때렸다. 장 대표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 의원을 향해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조 의원의) 말은 우리 당을 너무나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여전히 입장을 유지하는지,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사죄할 마음은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조 의원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옹호하면서 대놓고 윤어게인을 외치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국민의힘은 내란당의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을 통합해 내고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대표가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장 대표를 몰아붙였다.
그는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한 윤 전 대통령을 털고 가자고 한 것이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사죄하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윤어게인 세력들이 단합해 당대표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아무나 말잔치를 해도 될 것이다? 누굴 위해 싸우는 정당인가? 안타깝고 한심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히틀러까지 들고 나왔다. 조 의원은 “우리 모두는 혹시나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있을 레밍 신드롬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다수 의견은 옳고 그름 상관없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참혹하고 불행한 사례들을 남겼다. 히틀러가 대표적 경우다. 새겨듣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 의원이 치고 나오자 정치권에선 “친한계의 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퍼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사례가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약 30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였던 2016년 12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 탈당 및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바른정당 창당 때를 떠올리는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바른정당 창당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친박과 비박 간의 해묵은 갈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 당 주류와 친한계의 다툼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아 분열의 그림자가 자꾸만 어른거리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친한계가 원심력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장동혁 체제는 출발부터 큰 짐을 떠안았다. 가뜩이나 거대 여당에 수적으로 밀리는 판에 분열까지 일어난다면 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면서 ‘허수아비 제1야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친한계 원심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바른정당이 호기롭게 뛰쳐나갔지만 창당 초기부터 대규모 탈당 사태 끝에 큰집으로 복귀 행렬이 줄을 이었고 결국 창당 3년 만에 백기를 들고 큰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친한계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력이 탈당, 신당 등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도 따라붙는다.
그렇지만 장동혁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장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올려놔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확실한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인식되어야 원심력에 휘둘리지 않는 대표의 리더십이 만들어진다는 이유다. 한 친윤계 인사는 “장 대표가 초반에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원심력은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는 서울대를 나와 행정고시·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능력과 안정감을 좋아하는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50대라는 측면에서 ‘젊은 보수’로서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충청 출신인 장 대표에게 대구·경북(TK) 등 보수의 심장이 전략적 선택을 해줄 경우 조기에 대망론까지 불타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는 소식을 전한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과의 관계를 무작정 거칠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 파트너로서 이미지가 부각되기 시작하면 장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장 대표의 ‘반탄’ 행보는 정치적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둘러싼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장동혁 체제’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물론, 장 대표가 스탠스를 바꿀 수도 있지만 전당대회 때 그를 지원사격 했던 극우 성향 진영의 ‘청구서’를 외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 국민의힘을 재건할 방법은 없다. 장 대표가 지금처럼 강경 일변도의 반탄 기조를 유지하면 결국 국민의힘은 TK당, 윤어게인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면서 “신당과 같은 정계 개편 역시 이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점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