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강화에 삼성·SK 타격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2022년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VEU 제도를 통해 동맹국의 피해를 줄여줬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예외 조치마저 “바이든 시대의 구멍”이라며 없앤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자국 기술이 중국에 흘러가는 걸 막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쑤저우에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이, 충칭에는 패키징 공장이 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5~40%를,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각각 40%와 20%를 만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대부분 중국 현지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현상 유지를 위한 장비 반출은 허용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에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로 발생해 업무 시간이 495시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입 절차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 다양한 행정적인 비용 부담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두 기업은 VEU 자격을 활용해 중국 공장 구형 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의 주력 제품을 7세대(176단) 낸드에서 8세대(236단), 9세대(286단) 낸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도 10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4세대(1a)급 D램을 우시 공장에서 만드는 체제를 구축했다. 다롄 공장에서는 192단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VEU 해제로 수익성을 최대한 챙기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기업의 장비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세계 1위 장비 회사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반도체에 전기적 특성을 입히는 이온주입 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장비 회사인 램리서치와 KLA도 웨이퍼 위에 얇은 막 형태로 필요한 물질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만드는 증착과 반도체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장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계측 장비의 경우 한국 기업의 수준을 당장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 (대체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사업 투자 매력 떨어지지만 철수도 어려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실적은 주춤하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액은 28조 791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2조 3452억 원)보다 11%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도 올해 상반기 7조 365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 6061억 원)보다 14% 감소했다. 강성철 연구위원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케파(생산능력)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선 자국 제품을 쓰려는 수요가 많다”며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 실적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인수와 시설 확장 등에 투자한 금액은 약 50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투자를 많이 한 데다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을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볼 때 수익성이 낮더라도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이 나쁘진 않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VEU 지위 복원을 목표로 미국과 협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VEU 지위 복원과 함께 여러 장비를 묶어서 허가 받는 방안 등을 제시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VEU 지위 철회는)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내재돼 있을 것이다. 다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이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도 국내 최첨단 공장 투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기술 선점을 위해 정부 지원도 받쳐줘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