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 혁신금융서비스(Sandbox·샌드박스)로 먼저 관리하면서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우려하는 통화정책 영향과 실제 발행과 유통, 결제 등의 문제를 미리 살필 가능성도 언급했다. 신중한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려면 디지털자산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법이 공포되더라도 시행령이 중요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법안도 인가 요건 대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지는 디지털자산법인 만큼 시행령을 만드는 데는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한은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부정적이다. 한은이 지급결제시스템을 열어주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통용은 어렵다.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샌드박스가 검토되는 이유다.
해외 동향도 비슷하다. 이억원 후보자도 “확실한 안전장치”를 강조했다. 최근 유럽은 물론 원조 격인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유럽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기 위해 사실상 정부나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유로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거래 추적이 가능해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있겠지만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이점도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8월 미국은행연합회(ABA)와 은행정책연구소(BPI), 소비자은행연합회(CBA) 등은 의회에 가상자산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간접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스테이킹 리워드’나 ‘예치 보너스’ 등의 명목으로 수익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을 국채 등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파트너인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에게 분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발행회사 입장에서 충분히 시도할 만하다.
예를 들면, ①사용자가 서클(Circle)의 USDC(달러와 연동 스테이블코인) 1만 달러 구매 ②사용자가 USDC를 코인베이스 거래소에 예치 ③써클은 1만 달러를 미국 단기국채에 투자(연 4.5%) ④써클이 연간 450달러 이자수익을 코인베이스와 분배(예: 50 대 50) ⑤코인베이스가 사용자에게 ‘스테이킹 리워드’ 명목으로 연 2~3%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가상자산업계는 “국채금리보다 훨씬 낮은 이자를 지급해온 은행이 더 문제”라며 “경쟁으로 시장을 혁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내 디지털자산법안은 이자 지급 금지 조항조차 없다. 이대로라면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세계 최초 대규모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증 실험인 한은의 ‘한강 프로젝트’는 지난 6월 말 시중은행들이 이탈하면서 중단됐다. 비용을 내던 은행권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직후 공개된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방안에 맞춰 한은에 상용화 계획 등 뚜렷한 장기 로드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CDBC이 활성화되면 기존 은행 역할이 줄어든다. 국내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