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금 한국인 직원들의 석방이 예정보다 하루 늦춰진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비행기를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니,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로 수갑을 채워서 이동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 중단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 지시’와 관련한 내용을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롭게 돌아가게 하라. 그러나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일단 (석방 절차를)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바꾸느라 그랬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협상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며 비상식적이겠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도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구금됐던 한국인 직원들이 석방돼 버스를 탑승했다. 구금 한국인들은 평상복을 입고 수갑을 차지 않은 채 이동했다. ICE의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 이후 7일 만의 석방이다.

외교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국 측 사정’ 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며 미국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과 그대로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 측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미국(루비오 장관)도 우리 의견을 존중해 (구금 한국인을)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발 대규모 이민 단속을 촉발한 것은 한국 측 용역업체 직원들의 비자 문제라는 분석이다. 정식 취업비자 대신 관광용 단기 비자(ESTA)를 통해 입국한 뒤 업무를 본 것이 ICE 레이더망에 포착됐다고 한다. ESTA 체류 기한인 90일에 맞춰 용역업체 인력을 나눠 근무시키는 ‘편법’에 가까운 인력 활용 방식이 미국 이민당국 철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비자를 받기가 어렵고, 한국에 할당된 공식적인 비자 지분도 없다”면서 “대기업 본사 입장에선 정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용접 등 업무를 담당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인력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월 8일 국회에 출석, “미리 미국 비자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투자 관련 정책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 중심이었는데, 우리 기업 등의 외국 투자 관련해선 공백 상태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편법 논란과는 별개로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미국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구금된 한국 인력들이 ‘숙련공’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련공에 대한 외국 노동자 입국 비자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지속 피력해 온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 한국인들이 숙련공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계속 미국에 남아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사를 한국 측에 질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교수는 “일주일이나 구금 시설에 갇혀 있었는데, 우리 근로자들이 미국에 더 있고 싶겠느냐”면서 “트럼프의 심경 변화가 구금 한국인들의 석방을 하루 미루는 결과를 낳은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재명 정부가 한미 간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자평했다”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됐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안 됐다”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대규모 무장병력이 출동하는 작전에서 한미 간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면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 귀띔이라도 받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신뢰가 있었기에 금방 풀어줬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적다”고 비판했다.
그는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이 잘 됐다는 정부의 자평 이후 이런 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선 정부가 지나치게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