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먼저 제 그림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완판 작가'라는 말은 사실 과분한 칭찬이자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는 단 한 번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붓을 든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란한 기교나 난해한 개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저는 그저 제 유년의 기억, 행복을 향한 진솔한 욕망을 캔버스에 담아낼 뿐이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께서 그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과 진솔함에 공감해주시는 것이라 믿는다. 결국 대중의 사랑은 제가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도 가장 저다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Q2. 작가님의 모든 작품에는 '두 마리의 오리'가 등장합니다. 마치 작가님만의 법칙처럼 느껴지는데, 어떤 철학이 담겨 있습니까?
A. 맞다. 그것은 제 그림 세계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법칙이다. 화폭 속 두 마리의 오리는 결코 하나일 수 없는, 그러나 함께 있기에 온전한 '우리'라는 존재를 상징한다. 한 마리는 빛을 받아 선명한, 현실을 살아가는 '드러난 나(의식의 자아)'이다. 다른 한 마리는 그 곁에서 그림자처럼, 혹은 기억처럼 희미한 '내면의 나(무의식의 자아)'이다. 어제의 슬픔일 수도, 내일의 설렘일 수도 있는 그 희미한 존재가 있기에, 현실의 나는 외롭지 않다. 제 캔버스는 기억과 무의식이 뒤섞인 사유의 바다이며, 그 위를 떠다니는 두 마리 오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A. 매우 정확한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종종 어둡고 차가운 소식들로 가득하지 않나. 예술 역시 시대의 고통을 반영해야 하지만, 저는 절망을 그리는 대신 희망이라는 촛불 하나를 켜는 마음으로 캔버스 앞에 선다.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가 "내 눈은 추한 것을 지우도록 태어났다"고 말했던 것처럼, 저 또한 이 시대의 부정성, 냉소, 무관심에 맞서는 저만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유년의 따뜻한 집, 평화로운 오리, 잃어버리지 않은 별을 굳건히 그려내는 행위 자체가 저의 가장 강력하고 '부드러운 저항'이라고 믿는다.
Q4.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의 그림은 마르크 샤갈의 작품처럼 사랑과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A. 샤갈에게 행복이 '사랑'이었듯, 저에게 행복은 '기억의 힘'이다. 전쟁과 망명 속에서도 샤갈이 연인 벨라와의 사랑을 그리며 현실을 이겨냈듯, 저 또한 따뜻했던 유년의 기억들이 있기에 지금의 험난한 길을 걸어갈 힘을 얻는다. 제 그림 속 행복은 단순히 즐거운 감정을 넘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기억의 '닻'’과 같다. 결국 행복이란, 우리 내면의 가장 따뜻했던 기억을 소환해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A. 거창하지 않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어느 집 거실에 걸린 제 그림 한 점이 그 가족에게 변함없는 따뜻함과 위로를 주는 것. 명예나 부가 아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온기를 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가 이 '험난한 십자가길'을 걸어가는 유일한 이유다.
임진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