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투자배급사인 CJ ENM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CJ는 올해 한국영화는 단 두 편만 배급한다. 첫 영화가 지난 8월 개봉한 임윤아·안보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로 여름 성수기 시장에 나섰지만 극장에서 4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9월 24일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가 두 번째이자, 마지막 배급작으로 흥행 성과가 절실하다.

‘어쩔수가없다’는 8월 28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작품을 공개한 직후부터 호평이 집중됐다. 박찬욱 감독의 기존 영화 스타일과 달리, 비극 속에서 꽃피는 웃음을 장착한 블랙코미디 장르의 매력이 극대화해 주목받았다. 특히 극의 중심인 이병헌의 탁월한 연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공개 직후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호평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영화 평론가 17명이 참여한 미국 최대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 집계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면서 수상 기대감도 증폭했다.
영화제 현장에는 ‘어쩔수가없다’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도 참석해 작품을 알리는 데 전방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상영 때는 박찬욱 감독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감상했고, 상영 직후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이 9분 동안 쏟아낸 기립박수의 환호를 제작진과 함께 받기도 했다.
이처럼 기대가 집중됐지만 아쉽게도 ‘어쩔수가없다’는 9월 7일 열린 폐막식에서 공개한 수상작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은 폐막 직전까지 현지에 머물렀지만 기대했던 수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어쩔수가없다’ 제작진은 물론 국내 영화계가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을 유독 손꼽아 기대한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위축된 한국영화 투자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때 영화 시장에서 투자·배급을 주도적으로 이끈 CJ ENM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유율 1위 자리를 내려놓고 고전하고 있다. 올해 영화 배급 라인업이 단 두 편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에 던진 충격도 크다.

#해외 선판매로 ‘한숨’ 돌려…국내 성적은?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국내서 처음 공개된다. 베니스에 이어 부산에서 다시 뭉친 이병헌과 손예진 염혜란 등 배우들은 작품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관객의 관심을 개봉일까지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총력전을 앞둔 제작진은 먼저 해외 선판매로 제작비 부담을 줄였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을 앞두고 200개국에 판매되면서 순 제작비인 170억 원의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판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고, 홍보 마케팅 등 추가 비용을 더하면 총 제작비는 더 늘어나지만 해외 선판매에 따른 제작비 회수가 선행되면서 부담을 덜고 출발한다.
영화 할인권 특수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개봉 당일에는 단 1000원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9월 8일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2차분 188만 장을 배포하면서 그 수혜가 ‘어쩔수가없다’에 직결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영화의 개봉일인 24일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적용되는 ‘문화가 있는 날’이다. 극장 관람료 등에 할인이 적용되는 날로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까지 사용하면 단 1000원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11일 기준 ‘어쩔수가없다’는 예매율 30%, 예매관객 17만 4602명으로 1위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많은 사람이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며 “20년 동안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이든 공감 가는 이야기라고 반응해준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라고 덧붙였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