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A 씨는 가게 앞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다른 곳에서 하라”고 항의했지만 오히려 생방송에서 상호가 공개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A 씨는 가게로 걸려 오는 장난 전화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부천역 인근에서 3년째 공인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인터넷 방송을 위해 방을 찾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천역이 ‘BJ 성지’로 불리면서 일반 사람들이 거주하기를 꺼리는 지역이 됐다. 그는 “방 보러 손님들이 오면 앞에서 남성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방송한다. 고층 매물도 아래 광장에서 방송하는 사람들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며 “부천역 일대에서 2년 동안 매매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한 달에 매출 700만~1100만 원은 올렸는데 지금은 200만 원도 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요신문i’는 9월 15~16일 부천역 일대를 취재했다. 이틀 내내 광장과 상가 앞 공터, 편의점 야외 테이블, 도로 경계석, 공실 상가 등 곳곳에서 셀카봉을 들고 돌아다니거나 무리 지어 방송하는 BJ들이 눈에 띄었다. 문신이 드러나는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단체로 휴대용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인근 한 건물 화단에는 BJ들이 나란히 앉아 생방송을 이어갔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처럼 줄지어 방송하는 이른바 ‘부천 전깃줄’이다. 원래 전깃줄로 불리던 화단이 따로 있었으나 최근 철제 펜스 설치로 방송이 막히면서 바로 옆 화단이 새로운 전깃줄이 됐다.
지역 상인들은 “BJ들이 하루 종일 방송을 이어가며 영업에 큰 지장을 준다”고 호소했다. BJ들이 정해진 후원 목표를 채울 때까지 방송을 멈추지 않는 이른바 ‘퇴근빵’ 문화 탓에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생방송이 이어져 상인들의 업무 시간대에 피해가 불가피했다. 일부 식당은 BJ를 손님으로 받지 않을 정도다.
1년째 BJ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밝힌 한 식당 주인은 “BJ 한 명이 들어와 먹기 시작하면 다른 BJ들이 합석해 3명, 4명으로 늘어난다”며 “그렇게 되면 식당 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니까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상인과 갈등이 방송 소재가 되기도 한다. 지난 9월 7일 밤에도 한 BJ가 부천역 인근 횟집에서 소란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업주가 “요즘 힘드니 그냥 가 달라”고 하자 BJ는 “내 돈벌이 수단”이라며 맞섰고,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부천 전깃줄의 한 유튜버는 “부천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한 BJ들이 크루를 만들고 멤버를 계속 뽑으면서 성지로 자리 잡았다”며 “자극적인 콘텐츠로 관심을 끌어 메이저 BJ들의 크루가 되고자 신입 BJ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BJ들이 많아지면서 크루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합방(합동 방송)’에 유리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부천’이라는 지명을 붙여 방송이나 크루 이름을 짓는 사례도 흔하다. 전깃줄 역시 BJ들끼리 서로 얼굴을 비추며 방송을 하다 보니 싸움도 일어나곤 하는데 이를 통해 서로 스토리가 생겨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BJ가 몰리면서 갈등이 잦아지고, 다수 속에서 눈에 띄기 위해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하기 일쑤다. 이는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BJ 관련 신고가 매달 200건 이상 접수되며, 민원도 월평균 4~5건 꾸준히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해도 BJ의 기행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경찰이 “다른 곳에서 방송하라”고 제지하자 한 BJ가 범칙금 딱지를 찢어 입에 넣고 씹는 장면이 담겼다. 전깃줄 인근 편의점 직원은 “대부분 BJ들은 경찰이 오면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숨바꼭질하듯 피한다”며 “오히려 자극적인 연출을 위해 경찰과 일부러 대치하는 BJ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가 잇따르자 아프리카TV는 2022년 9월 부천역 인근 광장을 방송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인터넷방송 대신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잇단 피해에도 불구하고 시와 경찰의 대응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개인방송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접수돼 최근 경찰과 유관기관이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피노키오 광장 등 BJ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에서 방송을 차단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CCTV 스피커로 경고 메시지를 송출하는 등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BJ와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현재는 문제의 구체적인 양상을 파악하는 단계로 앞으로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단속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