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 기억 못한다고 건망증으로 넘기면 안 돼
골든타임 놓치면 치명적, 간절기에 조심
[일요신문] 며칠 전 밤중에 A 씨는 횡설수설하는 남편(60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이 1주일 전 참석했던 친척의 장례식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사실을 일러줘도 외려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A 씨는 직감적으로 남편의 뇌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강하게 거부하는 남편을 반 강압적으로 응급실로 데려갔다. MRI검사와 뇌CT검사에서 그는 뇌경색으로 진단됐다.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 뇌신경센터 하상욱 과장(신경과전문의)은 25일 “일과성 기억상실을 흔히 건망증과 혼동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상태”라고 규정했다. 일과성 기억상실은 △최근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 되풀이하며, △증상이 회복된 뒤에도 당시의 상황은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하 과장은 덧붙였다.
하 과장은 “짧더라도 갑작스러운 기억 장애는 뇌가 보내는 응급 신호일 수 있다”며 “즉시 응급실을 찾아 MRI 등 뇌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하 과장은 “관련증상을 확인하고 곧바로 남편을 응급실로 데려간 A 씨의 빠른 판단 덕분에 남편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부분 일과성 기억상실은 하루 이틀 지나면 자연스레 회복되지만, 비슷한 증상이 뇌졸중 초기에도 나타나므로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특정기억 소실 외엔 다른 나쁜 증상이 없다고 집에서 지켜보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경과전문의들은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는 매년 약 10만 명 이상 발생하며, 이 중 절반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후유증을 겪는다. 특히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갑작스러운 언어·시각·기억장애가 20∼30% 환자에서 보고되는 만큼, 이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뇌졸중은 요즘처럼 간절기에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절기에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급격히 오르기 쉽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1도씩 증가할수록 급성 뇌졸중 위험이 약 2.4%씩, 65세 이상에서는 2.7%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아침과 저녁 기온 변화가 큰 3∼4월, 9∼11월에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다.
온병원 뇌신경센터 배효진 과장(신경과전문의·뇌졸중치료인증의)은 “반복적인 질문, 갑작스러운 기억 공백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환자가 버티더라도 119구급대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가족이 적극적으로 응급실에 데리고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과성 기억상실은 대부분 지나가는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뇌가 보내는 첫 번째 경고음일 수 있다. 배효진 과장은 “반복적 질문을 들으면 단순 건망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뇌가 내는 빨간 신호등이라 여기고 즉시 병원 검사를 받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