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와 별도로 법원이 양정고 럭비부 선수 모친 2명이 2022년 럭비부 선수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일 양정고 럭비부 선수의 모친 A 씨와 또 다른 선수의 모친 B 씨에 의료법 위반으로 각각 150만 원씩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사인 A 씨와 대학 간호학과 교수인 B 씨는 법원 명령에 대해 불복하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 법원 명령에 따라 벌금을 납부하고서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사건이 축소·왜곡됐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법원 명령문에 적시된 범죄 사실과 사뭇 다른 증언을 여럿 확보했다.
2022년 당시 양정고 1학년 럭비부원이던 박정서 군의 부친도 증언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박정서 군은 같은 럭비부원 7명의 공동폭행과 모욕 등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2023년 1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 갔다. 이후에도 박 군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2024년 2월 필리핀 보홀(Bohol)에서 여행사 패키지 관광을 하던 중 현지에서 안타깝게 사망했다.

“럭비부 선수들이 주사를 맞은 2022년 7월 21일을 며칠 앞두고 1학년 럭비부 학부모 모임이 양정고 실내체육관 지하 1층 럭비부 식당에서 열렸다. 럭비부 1학년 학부모들이 다 모였다. 1학년 학부모 대표인 B 씨가 나한테 대뜸 '저희는 다 주사를 맞기로 했어요. 정서도 주사 맞을 거죠'라고 물었다. 나는 '무슨 얘기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B 씨는 '빨간 영양주사예요. 구하기 힘든 것 C 군 엄마(A 씨)가 겨우 구해왔어요'라고 말했다. 내가 '어느 병원에서 주사 맞나요'라고 묻자, B 씨는 답답하다는 듯 '아이들이 병원까지 가려면 힘드니까 지하 탈의실에서 맞히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학교 주변에 얼마나 병원이 많나요. 굳이 제습기를 틀어놓는 지하에서 한 번에 25명이 맞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우려하자 B 씨는 '다 알아서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서는 안 맞을 건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탐탁지 않았지만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럭비부) 감독님에겐 허락을 받은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B 씨는 그냥 웃기만 할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는 당시 감독 동의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아들도 빨간 영양주사를 맞았다. 럭비부 25명 중 2명을 제외하고 23명이 다 같이 지하 탈의실에 쭉 누워서 B 씨로부터 주사를 맞았다.”
일요신문은 당시 1학년 럭비부원 학부모 7명으로부터도 이와 대동소이한 내용의 증언을 확보했다. 이들 증언을 종합하면 ‘빨간 영양주사’를 맞은 건 확실하다. 다만 몇 명이나 주사를 맞았는지는 법원 판단과 학부모들 증언이 엇갈린다. 법원은 ‘(A 씨 아들인) C 군과 박정서 등’이라며 ‘소수’만이 영양주사를 맞은 것처럼 범죄 사실에 적시했다.
당시 럭비부원들에게 주사한 대학교수 B 씨도 일요신문에 “당시 몸에 열이 나는 박정서를 포함해 한두 명에게 수액을 맞혀줬다”며 “정서의 부친은 열이 나는 정서를 돌봐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감사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정서 군 부친은 “당시 정서는 몸에 열이 나지도 않았다”며 “B 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B 씨 주장은 일요신문이 확보한 다른 학부모들 증언과도 다르다. 당시 럭비부 선수 학부모 D 씨는 “2022년 7월 21일 양정고 실내체육관 지하 1층 탈의실에서 선수 전체 25명 중 내 아들을 포함해 20명 이상이 B 씨에게 영양주사인 수액 링거를 맞았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학부모 E 씨도 “A 씨가 남동생 병원에서 수액인 영양주사를 가져왔고 B 씨가 지하 1층 럭비부실에서 전체 25명 중 대다수에게 수액 주사를 놓아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전체 가운데 대부분이 B 씨에게 영양주사 링거를 맞았다”(학부모 F 씨) “선수 전체 중 20명 이상이 영양주사를 맞았다”(학부모 G 씨) 등 B 씨 주장과 다른 증언들이 나왔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학부모들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1학년 럭비부원 25명 가운데 23명 정도가 주사를 맞았다. 이 사건이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영양주사’ 성분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해서도 법원과 학부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 명령문에 따르면, ‘영양주사’는 ‘5% 포도당 주사액’이다. 하지만 박정서 군 부친은 “당시 빨간 영양주사는 포도당 주사가 아니라 태반주사였다”며 “주사를 맞힌 B 씨가 나한테 영양주사가 태반주사라고 직접 말해줘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포도당이든 태반주사든 의사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의사 진단과 처방, 사전 혈액검사 절차가 필요하다. 임의로 투여하거나 구매할 수 없다. 의료계에선 “태반주사는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나 효과에 차이가 크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와 관련해 ‘영양주사’를 가져왔던 약사 A 씨는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태반주사 투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기자가) 어디서 잘못 들은 것 같다”라며 “내가 이것에 대해서 말할 이유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대학교수인 B 씨는 “당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대회를 위해 합숙을 하고 있는데 독감으로 고열이 나는 아이가 있다고 학년 대표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년 대표 어머니(A 씨)의 아들(C 군)이 고열이 나는데 코로나가 창궐해서 응급실에 못 가고 야간이라 개인병원도 문을 닫았다. A 씨가 치과의사인 친정아버지께 부탁드려 포도당 수액을 구해와서 열이 나는 박정서를 포함해 한두 명에게 수액을 맞혀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B 씨는 ‘주사 맞은 럭비부원이 20명 이상’ ‘태반주사’ 등 학부모들 주장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