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혈관 완전 폐색에도 신속한 스텐트 시술로 극적 회복
원격진료 가능하나 해상 의료 사각지대 여전…“선의 제도 실질화해야”
[일요신문] 부산 온병원은 추석 당일인 지난 6일 일본 항로에서 귀국하던 컨테이너선 기관장이 바다 위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부산 도착 직후 온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으며, 신속한 시술로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부산항 입항 직후인 지난 6일 추석날 오후 A 씨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식은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곧바로 온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다. 심전도 검사 결과 급성심근경색으로 확인됐으며, 혈압은 80∼40mmHg까지 떨어진 위중한 상태였다.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심혈관센터 이현국 교수(심장내과전문의) 팀은 즉시 A 씨에 대해 응급 심장혈관중재술(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좌전하행동맥과 우관상동맥 두 곳이 완전히 막혀 있었고, 혈전과 석회가 심하게 쌓여 혈류가 거의 차단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손목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스텐트를 삽입했다.
시술 중 A 씨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무혈류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 교수팀이 즉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류를 회복시켰다. 두 혈관 모두 정상 혈류를 되찾으며 시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A 씨는 중환자실에서 이틀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했다. 초기 검사에서 심박출량(EF)이 정상의 절반 수준인 38%까지 떨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EF 56%까지 회복됐으며, 지난 13일 그는 건강히 퇴원했다.
A 씨는 “추석날이라 얼른 항구 도착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병원에 오자마자 의료진이 지체 없이 움직여서 살 수 있었다”며 “이번 추석은 내 인생의 두 번째 생일 같은 날”이라고 온병원 의료진에 감사인사를 했다.

온병원 심장내과는 24시간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며 심혈관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기 내원과 신속한 시술이 생명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바다 위에서의 응급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의료 지원이 어렵고, 특히 장거리 항해 중일수록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현행 ‘선원법’ 등에 따르면 원양항해 구역을 운항하는 총톤수 5,000톤 이상 상선이나 근해 300톤 이상 어선에는 ‘의료관리자(선의)’가 반드시 승선해야 한다. 의료관리자는 의사·간호사 또는 해양의학·응급의료 관련 교육을 이수한 자로 지정되며, 선원 건강관리·응급조치·의약품 관리·위생 점검 등의 업무를 맡는다.
현실적으로 의료관리자는 의사보다, 간호사나 교육 이수자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배치 현황을 집계한 공식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기준 국적 외항상선은 1,172척, 등록 어선은 6만 3,731척이지만, 이 가운데 의료관리자 의무 대상은 일부에 불과하다.
해양 전문가들은 의료관리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 기준 강화,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고위험군 선원의 건강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선상에서 심한 흉통이나 명치통이 있으면 육지로 이동해 심장전문의가 있는 곳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관리자 제도는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상황에 대응하기엔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하다”며 “바다 위에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