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무대에 오른 가수 송가인은 약 3분 동안 MR(반주음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관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재치 있는 애드립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공연장은 순식간에 어수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관객들은 “12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는데, 첫날부터 이게 뭐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일부는 “새로 교체했다는 음향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국에는 축제의 흥겨움보다 새 단장을 마친 문화회관의 미흡한 준비가 더 큰 화제로 남았다.

가평군은 2022년부터 문화회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86억 원 규모로 계획됐으나,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서 총사업비가 12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음향장비 교체에만 17억 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시설이 설치된 지 5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음향장비의 경우 구입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군은 2020년에도 약 3억9천만 원을 들여 LED 조명과 무대 제어 시스템을 정비한 바 있다.
군은 이번 리모델링의 배경으로 “스피커 진단 결과 불량 유닛이 다수 발견됐고, 낙하물 사고로 인한 안전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량으로 판정된 스피커는 2018년에 구입한 제품으로, 내구연한이 5년도 채 되지 않아 고장난 것이라면 당시의 장비 선정이나 관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상 작동하던 장비까지 교체한 것은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주민은 “기존 시설이 고장난 것도 아닌데 수십억 원을 다시 쓴 건 명백한 행정 낭비”라며 “철저한 감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행사 대행업체 ‘진행 미숙’도 논란
이번 사건의 원인을 행사를 주관한 대행업체의 운영 미숙을 원인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군민의 날 전야제 공연을 맡은 해당 업체는 공연 대행업 등록 이후 주로 가평군 발주 용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으며, 민간 행사나 다 지자체 용역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역 내 행사를 반복적으로 수주하는 구조 속에서 경쟁력과 전문성이 떨어진 업체가 중요한 행사를 맡게 된 것”이라며 문제의 근본 원인이 행정의 발주 관행에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장비 세팅부터 음향 리허설까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 같다.”며 “공연 전 사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평군의 축제·공연 행정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일부 업체들이 주요 행사를 돌아가며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해마다 예산은 커지는데,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투명한 입찰 절차와 대행업체의 전문성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행사 대행업체의 전문성 부족과 행정의 반복적 발주 관행이 맞물리면서, 가평군의 축제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행사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군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공공사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효율보다 공정한 경쟁과 전문성 중심의 구조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운영 미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문화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투명한 절차와 전문 인력 중심의 시스템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예산은 늘고 만족도는 떨어지는’ 행정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