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목소리와 감정 공감 일으킬 '낭독극' 도입 필요
[일요신문] 한국의 급격한 저출산의 영향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교실'일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및 학교 통폐합, 교원 감소에 이어 지역 소멸화도 가속되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학령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도 큰 변화가 요구된다. 한 교실에 15명 남짓에 그치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교과 만을 가르치는 옛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요신문'이 듀이교육연구소 김종백 소장을 통해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인 '낭독극(Readers Theater)'에 대해 살펴봤다.
김 소장은 33년간 수학교사로 재직하면서 '대구연극지도교사협의회' 회장을 맡아 청소년들의 연극활동을 지원, 이후 박사과정에서 존 듀이의 '실험학교'를 연구하며 뇌과학적 요소를 활용한 교수법으로서 '낭독극'을 깊이 탐구한 전문가이다.

"많은 학자들은 낭독극을 '대본을 들고 읽으면서 억양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극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낭독극은 뇌과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교수학습법이다. 즉 짧은 시간 안에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자극하고, 역할 놀이 수행을 통해 공감과 문제해결력을 동시에 키우는 학습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낭독극은 '메탁시스(Metaxis)' 곧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학생들이 비판적 거리두기를 경험하며, 단순한 읽기를 넘어선 '하나의 예술적 학습 경험'을 하게 된다."
― '메탁시스'와 '낭독극'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메탁시스(Metaxis)'는 브라질 교육연극운동가인 아우구스토 보알(Augusto Boal)이 제시한 개념으로, 드라마 속 허구적 경험이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미적 체험'의 교차점을 말한다. 학생이 낭독극에서 이순신 장군의 역할을 맡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나'를 의식하는 순간, 그는 허구와 현실을 오가며 '비판적 거리두기'와 '몰입'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는 듀이가 말하는 듀이가 '하나의 경험(a unified experience)'이 발생하고, 이는 학습을 '미적'이고 반성적인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시간 인식은 청각을 통해 공간 인식은 시각을 통해 형성된다. 좌뇌는 언어·논리·시간적 순서를 담당하고, 우뇌는 이미지·공간적 사고를 담당한다.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은 주로 청각과 언어 처리를 활용하지만, 낭독극은 여기에 제스처, 표정, 소품, 노래 등 시각적 요소가 결합돼 좌·우뇌를 모두 활성화된다. 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저서 '책 읽는 뇌'에서 '낭독은 인간의 뇌가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라고 했다. 즉 낭독극은 언어와 시각,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뇌 친화적 학습법이다."
― 낭독극이 '문제해결력'을 높인다는 근거가 있다면
"낭독극은 역할놀이(role play)의 한 형태이다. 학생은 대본 속 인물이 되어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직접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 도덕적 판단력, 사회적 사고력이 자라는 것이다. 이는 루소, 피아제, 비고츠키가 강조한 '놀이를 통한 인지·도덕 발달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 즉 낭독극은 교실 속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적 상황과 갈등을 안전하게 실험하고 해결 전략을 연습할 수 있는 장치다."
― 교사들이 실제 수업 시간에 낭독극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첫째 교과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먼저 3~4개 조를 나눈 후 교과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나 어려운 부분들을 대화체 대본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잘 하니 믿고 지켜 보면 된다. 교사 시절 수학시간에 활용할 당시 학생들 스스로 '분수', '소수', '무리수' 등으로 의인화 해서 대본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했다. 대본을 만드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보를 스스로 탐색하고, 개념을 언어화하며, '나는 분수야' 처럼 개념을 내면화하게 된 것이다. 둘째 모둠별 리허설과 발표 후 '반성적사고' 활동을 한다. 학생들이 '내가 맡은 역할에서 배운 점'과 '타인의 역할에서 공감'을 나누게 하면 역할 성찰과 자기 및 타인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게 된다. 특히 학생 수가 줄고 학교 공간이 넓어지는 지금, 낭독극은 교실 속 창의적 아날로그 수업 모델로 적합하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배려하기·공감하기·상상하기'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낭독극은 아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안전하게 실험하며 자기 정체성을 확장하는 교육적 무대인 것이다."
― 낭독극 교육, 비전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이미 경북교육청에서는 낭독극 대회를 5회째 개최했고, 올해는 대구시교육청에서도 제1회 낭독극 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들었다. 대회도 의미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교실에서 낭독극이 수업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낭독극은 교사가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학생의 사고력, 감성, 사회성을 함께 성장 시킬 수 있는 21세기형 융합 교수법이라고 확신한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