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중공업 주가 상승 이유로는 단연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이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확대되면서 변압기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효성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 기대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마진 수주의 본격적인 매출 인식에 따라 수익성은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며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 진입을 통해 구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효성중공업 주가 급등은 오너일가의 예상 범위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5월 26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45만 6903주를 약 2595억 원에 매도했다. 주당 처분가는 56만 8100원으로, 지난 1월 2일 대비 39% 오른 가격이었다. 효성중공업은 조 회장의 매도 목적을 ‘상속세 재원 마련’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100만 원 넘게 더 올랐다. 조 회장이 만약 지난 29일 고가 기준으로 같은 수량을 매도했다면 약 9206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현재 효성중공업의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액면 분할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효성중공업이 올해는 5조 8426억 원, 2026년에는 6조 6370억 원까지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 효성중공업의 상장 주식 수는 매우 적은 상태”라며 “게다가 주식 가격까지 지나치게 높으면 유동성에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액면 분할을 해 주주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인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효성중공업 실적이 좋기에 액면 분할 시 주가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으로서도 액면 분할을 하면 주주들을 위한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액면 분할로 주식 수가 늘어나게 되면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액면 분할로 늘어난 유통 주식이 더 많은 소액주주에게 분산되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주주행동주의에 나선다면 오너일가가 주주들의 입장이나 요구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내년 7월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되는 이른바 ‘3%룰’ 조항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룰이 적용되면 소액주주들의 입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때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들 입장을 대변하는 감사위원까지 선임된다면 오너일가의 뜻대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늘어난 소액주주만큼 주주친화정책 요구도 강해질 수 있다. 액면 분할 이전에 비해 많은 주주들이 효성중공업 주주총회 등에서 배당금 증액,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의 현금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27%로 높지 않은 편이었는데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르며 29일 종가 기준 0.25%로 떨어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액면 분할이 경영권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완만한 증가와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참여가 상법 개정안 등과 맞물릴 경우 오너 경영 체제에서 액면 분할이 손해일 수 있다”며 “현 수준의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싶다면 현상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