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안을 내놓은 이재명 정부는 주택이 비쌀수록 대출 한도가 적어지는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주택 가격 15억 원 이상이면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4억 원, 25억 원 이상이면 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대책과 관련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16일 국감 대택회의에서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면서 “수억, 수십억 원 빚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부와 합심해서 불법 투기행위를 철저히 막겠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주택담보 대출 규제 정책은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뒷말을 낳았다. 국민의힘은 주거 사다리를 이재명 정부가 걷어 찼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시장에서도 대출 규제안이 실수요자들의 거래까지 막고 있다는 비판론이 나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알겠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와 정부의 스탠스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빚을 내고 고가 주택을 사는 것을 ‘투기’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이제 자유롭게 집을 사고팔며 움직일 수 있는 계층은 현실에서 잘 마주치기 어려운 ‘현금 부자’뿐”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 중엔 거주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물가 상승 및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자산 가치 보존이라는 목적이 여기 더해지면 집 살 결심이 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집을 마련한 이들과 새로운 수요자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세워졌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본이 다른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고요해진 가운데, 주식시장엔 활기가 넘쳤다.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코스피 시장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6월 2일 기준 2698.7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11월 4일 4221.8로 마감했다. 5달 만에 코스피 지수가 56%가량 폭등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차인 9월 11일 코스피는 3344.2로 마감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은 특히 심리로 움직인다”면서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게 정부 경제 산업 정책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 차 기준 코스피는 23.94% 상승한 상태였지만, 주가 상승은 계속 이어졌다.
10월 27일 종가 기준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렸다. 11월 3일 4221.8로 마감하며 4200선까지 정복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한 이튿날인 11월 4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서 ‘빚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빚투가 늘어나는 상황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권 부위원장은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했다. 권 부위원장은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한 배경과 관련해 권 부위원장은 “상법 개정 등 주주 가치를 보장하는 노력이 국내외에서 일관되게 지지받았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이 나아지는 좋은 국면에 들어갔고, APEC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된 것이 종합적으로 시장에 반영됐다”고 바라봤다.
코스피 5000 돌파 가능성과 관련해 권 부위원장은 “당연히 가능하다”면서 “힘차게 우상향하는 대한민국 주가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내용은 ‘빚투’에 대해 그린라이트 신호를 준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면서 “만약 주제가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이었으면 ‘투기’라고 사료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공격적 발언으로 봤다”고 했다. 전문가는 “물론 증시와 부동산을 같은 기준을 두고 비교하긴 어렵지만, 빚투가 리스크를 높이는 공격적 투자라는 부분은 궤를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취지로 시장을 믿어달라는 발언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가파른 상승엔 조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의 발언 이후 주식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 들었다. 11월 4일 4121.7로 마감한 코스피는 11월 5일 재차 하락하며 장중 한때 3900선 아래로까지 밀렸다. 하락 과정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조정 이후 상승 추세가 이어질지, 더 깊은 하락세가 출현할지에 대해 증권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그동안 코스피 상승률을 경제 정책 성과와 동기화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 “그러나 당국 고위 관계자가 ‘빚투’를 레버리지 투자로 본다는 발언을 한 것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투기의 매개체’로 봤던 민주당 시각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끌을 통한 빚투를 할 때 어떤 시장에선 되고, 어떤 시장에선 안 된다고 하면 국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현 정부는 부동산 레버리지 투자는 투기, 주식 레버리지 투자는 경제 발전을 위한 투자로 보는 이중잣대를 세워놓고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 밖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국가 재정에서의 채무 비율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5월 21일 대선을 앞두고 “나라빚이 1000조 원이 넘었다는 둥 이런 소리를 하면서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럴 때 정부가 돈을 안 쓰면 대체 언제 쓰느냐. 부채가 1000조 원 넘었다고 비난하는 것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 진작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새 정부가 국채 발행한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대한민국 도약과 성장을 위해선 국가 부채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 부채 증가 리스크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이재명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 규모 슈퍼 예산이다. 슈퍼 예산에 따른 국채 발행 규모는 232조 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가 부채는 2025년 말 기준 13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주식 빚투, 국가 채무 등 여러 분야 빚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면서 “이런 스탠스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지가 이재명 정부 성적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개인 빚을 통제하며 국가 빚을 늘리는 상황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서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은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AI 관련 정책을 부각하며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 맞지만, 국가 부채도 국가 미래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생산성 및 시장성을 기반으로 국가 미래를 논할 필요도 있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가 미래를 논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면서 “현 정부가 바라보는 국가 미래와 관련한 청사진에 다소 언밸런스하게 보일 수 있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