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했다. 특별한 기반도, 기술 지원도 없던 시절, 남들이 잘 하지 않던 ‘희귀 난 육종’이라는 길에 뛰어들었다.

그의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재배 공간이 아니다. 희귀 품종을 교배하고, 새로운 변이를 연구하는 ‘작은 실험실’이다. 김씨 아저씨라 불리는 김춘복 씨는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고가로 거래되는 희귀 난을 길러내며 전국 애란가(愛蘭家)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난은 사람과 닮았습니다.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내죠. 그 차이를 만드는 게 제 일이자 즐거움입니다.”

난 육종은 결코 쉽지않다. 교배에만 수년이 걸리고, 원하는 형태나 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는 “열 번 시도하면 아홉 번은 실패”라며 웃는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성공이 모든 실패의 시간을 보상해준다고 말한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희귀 난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경매 시장을 통해 일부 배양 난을 판매하고 있으며, 동시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가평의 청정 환경이 희귀 난 재배에 최적이라고 강조한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큰 일교차… 난이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가평에 뿌리내린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는 다만, 아직 난 재배가 대중화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아직은 일부 마니아층 위주로 시장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젊은 청년 농들이 배우고 연구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희귀 작목이 농업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농업은 단순히 땅을 일구는 일이 아닙니다. 연구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희귀 작목은 인내와 철학이 필요하지만, 그 길 끝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세계가 열립니다.”
그의 하우스 안에는 여전히 작은 난들이 자라며, 새로운 변종의 싹이 트고 있었다. ‘낯선 땅 처가살이로 시작한 인생’은 이제, 가평의 자연과 함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i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