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년 선고받고 복역 중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2023년 1월 26일 이규현 씨가 받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항소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현재 그는 복역 중이다.
그런데 수감 중인 이규현 씨가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댓글을 게재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2024년부터 1년 넘게 대규모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요신문이 올해 선고된 이 씨의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전부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선고된 판결만 총 60건. 고소를 당한 네티즌은 530여 명에 달했다.
이규현 씨가 문제 삼은 건 2022년 8~9월에 보도된 자신의 범행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구속 이후 재조명된 음주운전·뺑소니 사망사고 전과와 부친인 전 빙상국가대표 이익환 씨의 과거 성범죄 전력 기사에 달린 댓글도 고소 대상이 됐다.
관련 판결문 60여 건에서 가장 많이 보인 댓글은 ‘쓰레기’였다. ‘쓰레기 집안’ ‘인간 쓰레기’ ‘이 놈 쓰레기네’ ‘쓰레기 집구석이네. 범죄자 가족’ 등의 댓글이 이규현 씨와 부친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비판하기 위한 표현으로 쓰였다.
이규현 씨는 이런 댓글들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 1인당 300만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다수의 법원은 ‘쓰레기’라는 댓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네티즌이 비난 댓글을 달게 된 인과관계를 따져볼 때 그 원인이 이 씨에게 있다는 이유다.

이어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를 읽고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남기면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을 했으나 이는 원고의 행위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강조한 나머지 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불법행위나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제6민사단독 역시 ‘인간말종’과 ‘미친 거 아니냐? 쓰레기네’라는 댓글이 자신의 인격권을 모욕했다는 이규현 씨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가 게시된 사이트에는 독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댓글란이 마련되어 있었다”며 “피고들은 원고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려는 의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댓글의 내용과 작성 시기,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에 비추어 봤을 때, 해당 댓글은 원고의 행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한 것으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백간주로 원고(이규현) 승소한 판결도 일부 있었다. 자백간주는 민사소송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변론에서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 법원이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통지를 받고도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다투는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으면 내용과 상관없이 무변론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다.
피고 A 씨는 이규현 씨와 그의 부친 이익환의 성범죄 기사에 ‘드러븐 것들’이라는 댓글을 남겨 피소됐는데, 이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5만 원의 배상명령을 받았다.
#승소해도 5만 원, 계속하는 이유는?
물론 욕설의 수위가 심해 책임이 인정된 댓글도 있었다. 범행과 무관한 비난을 과도하게 하거나 성적인 욕설을 한 경우다. 이런 댓글에 대해선 배상의 필요성이 인정됐다.
이처럼 책임 소재가 명확한 일부 댓글을 제외하면, 법원이 인정한 배상금은 1인당 5만 원에 그쳤다. 변호사 선임비와 인지액, 송달료 등 소송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16건의 항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는 뭘까.
법조계에선 합의금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이런 류의 소송은 배상명령금보다 합의금이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부가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보통 정식 재판으로 가기 전 소 취하를 조건으로 원고 측에서 합의를 제안한다. 피고마다 합의금도 제각각”이라며 “변호사는 별도의 착수금을 받지 않고 소송을 시작하고 이후 합의금과 배상명령금을 원고와 나누는 식이다. 원고 입장에선 비용적으로 부담도 없고 손해 볼 일도 없기 때문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법적 지식이 부족한 피고들은 고소를 당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정당한 법원의 판결을 받겠다는 마음을 먹었어도 선고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합의를 한 이들도 있었다.
2024년 이규현 씨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밝힌 피고 B 씨는 “자기 제자를 강간하려다가 감옥 간 사람에게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도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 가해자가 된 기분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피소 사실을 안 뒤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나곤 했다”고 했다.
또 다른 피고 C 씨는 “이규현 씨가 일종의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15명이 고소를 당했는데 이 중 5~6명 정도가 합의를 했더라. 합의금은 100만~300만 원 사이라고 들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싫어 합의를 한 것 같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피고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흰뫼의 박지영 변호사는 일요신문에 “각 재판부마다 모욕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그 책임이 인정되어도 위자료는 5만~30만 원에 불과했다. 법원도 원고 측의 범죄 행위가 사회적 비난을 유발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모 비하나 성적인 욕설과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 원고와 무관한 제3자까지 모욕하는 댓글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문제는 정당한 비판을 한 평범한 시민들까지 무더기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이라며 “원고 측에서 댓글을 쓰면 고소당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일부 피고들은 본안 전 소송 각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규현 전 코치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합의금을 목적으로 여러 건의 소를 제기한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 사정만으로 이 씨의 소 제기를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일요신문은 이 전 코치 측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규모 소송을 제기한 경위와 이 전 코치 입장' 등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이 전 코치 측은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