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시기 서울대 교양과목인 ‘통계학실험’ 강의 중간고사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문제를 푼 정황이 확인됐다. 시험 당시 학교 측은 문제풀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안 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서도 시험 문제를 공유하거나 AI를 통해 답을 낸 사례가 적발됐다.
논문이나 과제에서 AI를 이용한 사례도 흔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11월 15일까지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논문 가운데 ‘생성형 AI 사용 의심’을 이유로 논문 게재가 철회된 사례는 204건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학생 91.7%가 과제와 검색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대학가에서는 AI 부정행위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해당 강의들은 생성형 AI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강의들인데, AI를 사용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대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AI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강의에서 AI를 사용해 시험을 치른 것이 뭐가 문제냐” “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AI를 통해 작성하고 수정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학교가 너무 과잉 대응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문제는 AI가 상용화되면서 대학가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관련 학칙 개정이나 사용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6월까지 전국 대학 131곳 가운데 71.1%에 AI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다.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도 선언적 문구나 포괄적 표현에 그쳤다. AI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교수 재량에 따라 AI 사용이 허용된다는 내용 정도가 전부다.
반면 해외에서는 생산형 AI 사용을 허용하는 강의와 그렇지 않은 강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으며 AI를 사용하면서도 학생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가이드라인은 “모든 학생이 생성형 AI에 능숙하다고 가정하고 그에 따라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AI 정책을 △‘제한’ △‘일부 과제에 사용 장려’ △‘모든 과제에 사용 장려’ 등으로 구분한다. ‘모든 과제에 AI 사용을 장려하는 단계’의 경우 언어 교육에서 AI 음성 도구를 이용해 대화하면서 말하기·듣기 능력을 키우게 하거나 AI의 철학적 주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과제 등을 요구한다.
미국 코넬대도 가이드라인에서 “생성형 AI는 모든 학생들이 결국 적절하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할 도구”라면서 “개별화된 연습, 고차원적 사고와 분석 등 작업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글쓰기에서 생성형 AI에 의존하면 창의성, 독창성 등 핵심 학습 성과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제한이 필요한 영역도 명시하고 있다.
또 스탠퍼드, MIT, 프린스턴과 같은 대학교는 과목별로 AI 사용 정책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특정 과목에서는 AI의 완전한 사용 금지를 선택하고, 또 다른 과목에서는 제한적 허용을 통해 학생들이 AI의 활용 능력을 평가받도록 했다.
옥스퍼드대 등 영국의 주요 대학들은 AI를 활용한 과제 제출이나 시험을 허용하고 있지만 반드시 AI 사용 여부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전공과 상관없이 AI 활용은 반드시 해야 하는 트렌드기에 교육 현장에선 AI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며 “맹목적으로 AI의 답변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를 키워 AI 답변에서 나아간 학생만의 답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의존하는 일부 학생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서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 시험은 대부분 학생들이 문제나 이론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런 시험 방식은 그저 암기로 대응 가능했다”며 “최근 학생들은 암기조차 하지 않고 AI를 통해 답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시험에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등 교육과정이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방식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이번 AI 부정행위 같은 사례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