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학교에서 논문을 통해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를 다뤘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한 예측과 분석에 대한 자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렇기에 이 논문들은 얼핏 봤을 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 동향의 변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인사이트를 전해주는 지점이 있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스탠퍼드 논문 제목에 등장한다. 논문 제목은 ‘탄광 속 카나리아? 인공지능의 최근 고용 효과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이다. 논문은 생성형 AI가 미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고객 서비스 담당자와 같이 AI에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는 직업군에 속한 근로자 중 22~25세의 청년 근로자들이 가장 큰 고용 감소를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AI가 암묵적 지식보다는 정규 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성문화된 지식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하며, 향후 더 넓은 노동 시장 변화의 전조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같은 시점에 발표된 하버드 논문의 제목은 ‘생성형 AI의 경력 편향적 기술 변화 효과: 미국 이력서와 구인공고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이다. 논문은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이 기업 내 직무 연한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AI 채택 기업에서 생성형 AI가 초급 수준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신규 주니어 직급에 대한 수요를 줄여 고용이 급격히 감소한 반면, 시니어 직원의 고용은 계속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기업 내의 숙련된 주니어 근로자들의 경우엔 상대적 가치를 높여 경력 사다리의 초급 단계를 축소시키고 승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변화를 논문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하버드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색다른 인사이트가 있다. 주니어 근로자 중 출신 대학의 서열에 따라 고용 감소 영향을 받은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U자형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중상위권(Tier 2와 Tier 3) 대학 졸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최상위권(Tier 1)과 중하위권(Tier 4) 대학 졸업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최하위권(Tier 5) 대학 졸업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는 뛰어난 생산성으로, 최하위권은 저렴한 인건비로 AI 대체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받는 데에 반해, 중간 수준의 비용과 품질을 가진 중위권 대학 졸업자가 AI 발전과 관련해 취약점을 노출하며, 급격한 고용 감소를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AI 도입 기업이 전체 기업 대비 소수에 불과해 이 연구 결과를 신중히 해석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의 첫 직업이 평생 임금과 사회 이동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불균형은 대학 서열 프리미엄을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리 어답터’로서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생활 속에 AI가 자리 잡게 될 대한민국에서, ‘7세 고시’란 말이 나올 만큼 가장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부모들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중간급 대학은 AI에게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실제 사례로 주변에서 확인하게 될 경우, SKY 대학 진학이 단순한 사회적 지위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면서 조기 교육 투자는 더욱 치열해지지 않을까.
상위권 재력가 집안이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해 자녀를 최상위 대학에 보내고 AI 시대에도 안전한 일자리를 확보하는 반면, 중산층은 교육비 부담으로 더욱 몰락하게 되며 전통적인 중산층 기반이 무너지고,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서민층으로 사회가 재편될 위험은 없을까.
지방 대학과 중위권 대학들은 졸업생들의 취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되고, 이는 지역 소멸과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우리에게 실질적 편의와 가치를 전해주고 있는 AI이기에 결코 잠시의 유행으로 끝나질 않을 것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로 인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모두가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최윤석은?
Microsoft Tech PM이자 전 한국오라클 전무. 수십 년 동안 컴퓨터에 빠져 지내며 IT 업계를 누볐다. 록과 재즈에도 깊이 스며들어 음악잡지 칼럼 연재와 음반 해설지까지 썼던 덕후 중의 덕후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