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은 2021시즌 후 FA가 되면서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했다. 당시 두산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지만 내부 FA 김재환을 잔류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계속된 협상 끝에 김재환은 금액적인 면을 양보했고, 대신 FA 재자격 취득 때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을 포함하는 걸로 합의했다. 4년 계약이 종료되면 두산과 우선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조건 없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김재환은 이 합의에 따라 4년 계약이 끝난 올해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두산과 재계약 협상을 벌이다 선수측과 구단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별을 선택했다.
김재환이 FA로 시장에 나왔다면 B등급을 받는다. 그래서 그가 FA를 통해 타 구단으로 이적했다면 김재환을 영입하는 구단은 보호선수 25명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10억 원),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20억 원)를 두산에 내줘야 했다. FA 신분과 보상 선수라는 걸림돌에서 벗어난 김재환은 홀가분한 상황에서 타 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김재환은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후 4년간 타율 0.250, 75홈런, 26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8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은 타율 0.241 13홈런 83안타 50타점 OPS 0.758을 기록했다. 두산 구단이 김재환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선수 측 요구대로 금액을 맞추기 어려웠던 점이 지난 4년 성적표도 한몫한다.
리코 스포츠가 또 한 차례 비난의 중심에 섰던 건 ‘스포디’라는 어플리케이션 때문이다. ‘스포디’는 리코스포츠 에이전시가 만든 것으로 월 구독료를 내면 소속 야구 선수들과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흔히 아이돌 가수 소통 어플과 비슷한 내용이다.
가격도 논란이었다. 기본 이용료가 선수당 월 4500원, 생일·특별 메시지는 20만 원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진행 상황을 구단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스포디 측은 “멤버십 구독을 비롯해 스포디를 통해 결제하신 모든 금액은 전액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며 “이번 일로 우려를 드린 팬 여러분, 불편을 겪으신 선수분들, 그리고 구단 및 관계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건 에이전시가 선을 ‘세게’ 넘은 일이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야구 에이전트가 구단과 사전에 상의 없이 소속 선수들을 데리고 이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드러났고, 그 과정을 알게 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야구 선수가 아이돌은 아니지 않나. 시즌 중에는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야구 경기 후 팬들과 어플로 소통하고 생일 축하 영상을 만드는 등 선수들을 연예인화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이 일은 어플을 닫는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포디’란 어플리케이션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됐다는 한 구단 관계자는 이 사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이 어플에서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 문제가 빚어졌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동안 일부 선수들이 개인 SNS로 논란을 빚은 사례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구단은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수 에이전트나 에이전시가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나. 수수료를 받는 어플을 통해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텐데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지나. 프로 유니폼을 입는 선수는 에이전트 소속이 아니라 모든 권리를 구단이 갖고 있다. 그걸 대형 에이전시가 망각하고 벌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리코스포츠 에이전시가 주최하는 ‘더 제너레이션 매치 상상인⋅메디카코리아’가 열린다. KBO리그 베테랑 선수들과 라이징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이벤트 경기인데 ‘팀 베테랑’에는 김현수(KT), 임찬규(LG), 양의지(두산), 강민호(삼성), 박건우(NC) 등 KBO를 상징하는 선수들이 포함됐다. ‘팀 라이징’에는 원태인(삼성), 안현민(KT), 이의리(KIA), 김영웅(삼성), 김택연(두산) 등 차세대 스타들이 출전한다.
행사 당일에는 팬 사인회, 이벤트 게임, 그리고 7이닝 본 경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이 행가 관련해서도 여론이 들끓었다.
더 제너레이션 매치 측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수익금 일부 퓨처스리그 및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 조성에 쓰인다’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일부 구단은 이 행사가 자선 행사라고만 해석했다. 하지만 수익금의 ‘전부’가 아닌 ‘일부’가 그 명목으로 사용된다고 명시됐다. 더욱이 이 행사의 주최가 리코스포츠에이전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행사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소속 구단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런 행사를 벌이려면 사전에 구단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야 하는데 에이전시 측의 전화 한 통 없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KBO 야구선수 계약 제18조 ‘참가활동 외 경기 참가 제한’에 ‘① 선수는 규약에서 정하거나 KBO 총재가 허가한 경우가 아닌 한, 본 계약기간 중 구단 이외의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야구경기에도 참가하여서는 안 된다. ② 선수는 리그 이외의 프로스포츠 종목에 참가 활동 계약을 해서는 안 되며, 구단이 동의하지 않는 한 아마추어 스포츠의 경기에도 출장해서는 안 된다’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선수들의 부상이다. 이벤트 행사 중 선수가 부상을 당한다면 이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소속 선수가 부상 당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머리 아파했다.
2022년 12월 SSG 랜더스 내야수 김교람은 구단에 알리지 않고, 그해 11월 종합격투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았다.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SSG 구단은 김교람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김교람은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구단에 알리지 않고 외부 행사에 참여하거나 대리인이 선수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직무상 주의 의무 및 KBO 규약 위반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구계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KBO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렵게 얻은 프로야구 인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구단은 물론 선수들, 에이전트들도 경각심을 갖고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벌여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