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2018년 KBO리그로 복귀하면서 두산이 아닌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LG에서의 8년간 1090경기에 출전 타율 0.306 119홈런 751타점 OPS 0.838의 활약을 펼쳤다. 그가 LG에서 뛰는 동안 팀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후 2년 만인 올 시즌 다시 통합 우승에 오르며 왕조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김현수는 올해 LG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29 1홈런 18타점을 기록해 시리즈 MVP로 선정됐고, LG 축승회 때 구광모 구단주로부터 롤렉스 명품 시계를 선물받았다. 김현수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LG 잔류를 예상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FA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보다는 LG에 남아 후배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현수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건 KT 위즈로의 이적이었다. KT 구단은 25일, “김현수와 3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2018년 이후 LG와 두 차례 FA(4년 115억 원, 4년 90억 원)와 이번 세 번째 FA 계약으로 총 255억 원을 받는다.
김현수의 세 차례 FA는 모두 옵션이 없는 전액 보장이었다. 2021시즌 후 LG와 ‘4+2년’ 최대 115억 원에 연장 계약을 맺었는데 김현수는 +2년 최대 25억 원의 계약 연장 조건을 채우지 못해 다시 FA가 됐다. 올해 정규시즌 중 김현수 에이전트 측에선 LG 차명석 단장에게 +2년 25억 원의 새로운 계약을 요청했지만 차 단장은 옵션 달성에 실패한 선수에게 같은 조건으로 계약 연장을 진행하는 건 구단 방침에 맞지 않다며 거절한 바 있다.
이후 김현수가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MVP까지 수상하자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선수가 FA 시장에 나온 후 LG는 연장 계약 조건이었던 2년 25억 원을 제시했다가 김현수 측에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나면서 KT와 두산이 김현수 영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LG는 김현수에게 최종 3년 35억 원을 제안했다. 금액을 더 올리고 싶어도 경쟁 균형세(샐러리캡)에 대한 압박과 주장 박해민에게 4년 총 65억 원의 규모로 FA 계약을 맺은 터라 움직임의 폭이 제한됐다.
이 과정에서 LG 차 단장이 김현수 측과의 협상 과정을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일부 공개했고, 김현수를 향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김현수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차 단장은 김현수의 반응에 “선수를 힘들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김현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선수와의 갈등이 빚어지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LG는 김현수 측과 또 다른 만남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25일 오후 1시 김현수가 이예랑 대표와 함께 수원 KT위즈파크에 나타나 FA 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이다. 이예랑 대표는 25일 공식 발표가 나기 직전에 차 단장에게 전화해 김현수의 KT행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KT는 김현수 측과 어떻게 FA 협상을 진행한 것일까. KT 구단 관계자는 “FA 시장이 개장됐을 때 박찬호, 김현수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를 만나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설명했다. 그 ‘대략적인 이야기’ 속에는 금액도 포함됐고, KT에서는 ‘3년 50억 원’정도를 예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관심 있었던 FA 선수들이 박찬호, 김현수, 박해민 등이었는데 이들 중 박찬호, 김현수가 리코스포츠에 소속된 선수들이라 이예랑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이들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처음 금액 이야기를 꺼냈다. 큰 틀은 3년 50억 원이었고, 이후 전화상으로 서로의 요구를 맞춰나갔다. 선수를 직접 만난 건 공식 발표가 있었던 11월 25일이 처음이었다.”
KT 구단 관계자는 강백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화로 전격 이적한 경험을 통해 김현수가 25일 구단 사무실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약을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박해민도 비슷한 사례다. 박해민은 KT 구단도 적극 영입에 나섰던 선수인데 에이전트가 없는 박해민은 KT와의 협상에서 LG가 제안한 금액 이상의 숫자를 확인했음에도 원소속팀인 LG 잔류를 선택했다. KT 입장에선 일련의 사례를 통해 KT위즈파크에 김현수가 직접 등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화요일 계약은 언제 결정된 걸까. KT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토요일인가 일요일에 다음 화요일 약속이 잡혔다. 김현수 측에서 일요일에 LG를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화요일 선수가 나타난다면 공식 발표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KT의 바람대로 김현수는 25일 화요일 오후 1시에 KT위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냈고, 구단 사무실에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사진 촬영까지 신속하게 진행됐다. 항간에는 김현수가 사전에 KT와 계약을 마무리한 후 25일 뒤늦게 발표했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KT 측에서는 “FA 시장 개장 때 대략적인 금액만 전달했을 뿐 계약을 매듭짓고 사인한 건 25일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