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사 폐쇄. 즉 계엄에 따를 것인가 맞설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때 가장 먼저 행안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비상계엄을 ‘위헌’이라고 규정한 단체장이 나왔다. 경기도지사 김동연이다. 그는 “비상계엄은 위헌이다. 도청 폐쇄를 단연코 거부한다”라면서 “국회가 헌법의 절차에 따라 계엄을 해제할 것을 확신한다. 경기도는 자리 자리를 지키면서 분연히 위헌적 계엄에 맞서겠다”라고 했다.
4일 오전 1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하고 처리했다. 오전 5시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 상황은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비상계엄으로 인해 코스피는 2% 가까이 빠졌고 환율은 급등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외신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계엄을 지켜보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대한민국은 K-컬처와 반도체, 조선, 자동차, IT의 나라에서 한순간에 대통령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는 나라가 됐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의심했고 상당수의 외국 자본은 한국을 떠날 채비를 꾸렸다.
경제부총리, 세계은행 경력을 가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런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계엄 해제 직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경제부총리, 경기도지사로서 교류해 온 외국의 정상,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 주한대사, 외투기업들에게다.

12월 9일에는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답신을 보내왔다. 뉴욕 출장 중이던 슈밥 회장은 김동연 지사의 서한을 받자마자 바로 답장했다. 슈밥 회장은 “WEF뿐만 아니라 협업하고 있는 많은 해외 기업, 국제기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빠르게 확신을 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강한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김동연의 서한 외교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슈밥 회장은 김 지사를 다보스포럼에도 초청했다. 당시는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표결도 이뤄지기 전이다. 세계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세계를 상대로 김동연이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길 세계경제포럼은 바랐다.

김동연은 한국 경제의 굳건함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다보스에서 만난 이들에게 자신의 명함에 ‘Trust in Korea!’를 적어 건넸다. 대한민국의 경제수장을 지낸 김동연이 눌러 쓴 ‘한국을 믿어라’라는 명함이 다보스에 퍼지며 세계 각국의 인사, 지도자, 미디어들은 한국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올해 1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만나 한국 경제의 저력과 회복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온세미도 찾았다. 그는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믿고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해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누비며 대한민국 경제의 회복력과 탄력성을 설파했다. 이런 노력은 국민주권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한국 경제는 점차 안정화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2일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 의장 겸 블랙록 회장, 아데바요 오군레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 회장,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글로벌 투자사 간 협력을 위한 공감대를 나눴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계엄 수습과 정상화를 넘어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로 해석된다.

‘투자유치 100조 원’ 달성은 김동연의 경제외교 성과를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목표다.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네덜란드 등 투자가 있는 곳이라면 김동연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뛰었다. 한국 경제를 위해.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