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는 뉴욕남부지검이 구형한 징역 12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영향으로 뉴욕남부지검과 권 씨가 플리바겐에 이르렀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등 암호화폐 거물들을 잇달아 사면한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권 씨 측이 요청한 징역 5년에 대해선 “어처구니없고 굉장히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권 씨 변호인단은 권 씨 선처를 구하는 가족과 지인,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들 탄원서를 내면서 5년 이하 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관련기사 ‘테라·루나’ 권도형, 미국 선고 앞두고 “고의 아닌 능력 부족” 탄원…통할까).
재판부는 권 씨 선처를 호소한 탄원서들에 대해 “팬클럽에서 보낸 편지 같다”며 “일부 편지는 권 씨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광신도가 쓴 것 같았다”고 일축했다. 이날 권 씨 선고 공판엔 권 씨 지지자들이 참석해 권 씨를 향해 격려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권 씨는 “다른 암호화폐 창업자들은 이 자리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난 몇 년간 깨어있는 대부분 시간에 제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지냈다”고 밝혔다. 권 씨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권 씨는 가족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권 씨는 “아내와 딸을 매우 사랑한다. 제가 가족과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는 요청을 너무 엄격히 판단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씨 사기 범행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와 가족의 삶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모든 자산을 잃고 노숙자가 됐다”고 발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자신은 이혼했고, 친구는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권 씨를 기소한 뉴욕남부지검 제이 클레이튼 검사장은 이날 선고 공판 이후 보도자료에서 “권 씨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들을 오도하고 테라폼랩스 암호화폐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정교한 계획을 세웠다”며 “권 씨는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세탁했고,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 도피했다”고 지적했다.
권 씨는 미국에서 형기를 마친 뒤 한국으로 송환돼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권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지만, 한국 송환까지 15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권 씨와 플리바겐에 따라 권 씨가 선고 형량 절반을 복역하고 한국 송환을 신청하더라도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권 씨는 알고리즘으로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만들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한때 테라는 시가총액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하지만 2022년 5월 폭락 사태로 테라 가격은 사실상 0원이 됐다. 이에 따라 발생한 손실 규모는 약 400억 달러로 추산됐다. 권 씨는 폭락 사태 이후 해외 도피를 이어가다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이후 2024년 말 미국으로 송환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