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가 총액 80억 원에 KIA에서 두산으로 향했고, 강백호는 100억 원에 KT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김현수가 LG에서 KT로, 최형우가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베테랑들의 이적이 FA 시장의 큰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FA 시장은 잠시 숨 고르기 중이다. 구단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소속팀 FA 선수들과의 협상을 여유있게 지켜보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먼저 이번 FA 시장에서 6명의 선수가 FA로 나왔다. 양현종(2+1년 최대 총액 45억 원), 이준영(3년 최대 12억 원)은 잔류를, 박찬호(4년 최대 총액 80억 원 두산), 한승택(4년 최대 총액 10억 원 KT), 최형우(2년 최대 총액 26억 원 삼성)는 이적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선수가 조상우다.
조상우는 지난해 겨울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IA 유니폼을 입었다. 2025시즌 72경기(60이닝)에 등판해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키움 시절이었던 2020년 33세이브를 올린 데 반해 올 시즌 구위가 다소 떨어진 듯한 수치와 성적을 보여줬고,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와 보상금이 모두 필요한 A등급으로 FA 시장에 나온 바람에 다른 구단들의 관심이 크지 않는 게 사실이다.
KIA는 조상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A를 통해 전력 이탈이 많은 상황에서 조상우까지 놓치면 구단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기조가 분명하다.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게 KIA 구단의 방향성이다. 다음은 KIA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상우 측에 구단이 생각한 조건을 제시했고, 현재 조율 중에 있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발표가 빨리 나지 않아 답답해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선수 측과 최대한 협상에 나서면서도 우리가 세운 스토브리그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구단이 선수 측에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진 않았다. 협상이 더디다고 해서 구단이 제시한 조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앞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장승현과 지명권 트레이드로 박세혁을 영입해 포수진을 보강했다. 이 행보는 강민호의 FA 협상에 ‘분명’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에 40세의 강민호보다 두 살 더 많은 최형우가 2년 최대 26억 원에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강민호의 협상에 힘이 실렸다. 더욱이 최근 각종 시상식에서 구자욱과 원태인 등 삼성 선수들이 강민호의 FA 계약 소식을 기다린다고 말해 삼성 구단도 강민호와의 FA 협상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강민호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네 번째 FA 계약을 앞두고 있다. 2014년 롯데 자이언츠와 4년 75억 원에 첫 FA 계약을 맺었고, 이후 삼성으로 이적해 4년 80억 원을 받았다. 2022년에는 4년 36억 원에 삼성과 잔류 계약에 성공했다. FA 계약 총액이 191억 원에 이른다.
강민호는 2025시즌 127경기 타율 0.269 111안타 12홈런 7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3을 기록했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강민호 측과 계속 만나서 협상 중이고 거의 다 됐는데 마지막 조율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이 언급한 ‘마지막 조율’의 의미를 묻자, 계약 기간보다는 금액이고, 대부분의 FA 선수들과의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금액이라고 답변했다. 이 단장은 “선수가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결론이 날 때까지 최대한 (선수 측에) 이해를 구하고 읍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우완 이승현이 FA를 신청했을 때 다른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존재했다. 34세의 이승현은 2025시즌 42경기 35.2이닝 2승1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고, B등급이라 삼성 구단과의 FA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종열 단장은 “김태훈(A등급)과는 계약에 거의 근접했고, 이승현과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KT 위즈의 스토브리그도 치열했다. 박찬호, 박해민 영입과 강백호 잔류에 최선을 다했던 KT는 NC 중견수 최원준과 4년 총액 48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고, LG를 최근 7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베테랑 김현수와도 3년 총액 50억 원에 영입을 매듭 지었다. 여기에 백업 포수 한승택과 4년 10억 원에 계약해 외부 FA 3명 영입에만 108억 원을 쏟아부었다.
남은 과제는 내부 FA 선수들인 황재균, 장성우와의 계약이다. 황재균은 KT와 8시즌을, 장성우는 11시즌을 함께 했다. 그들은 FA 신분임에도 ‘2025 kt wiz 팬 페스티벌’에 자발적으로 참석해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팬들을 향해서도 “(계약 마무리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KT 구단의 한 관계자는 황재균, 장성우와의 FA 계약 관련해서 “모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금액은 물론 계약 기간에서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재균, 장성우와 KT 구단이 함께 간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다. 두 선수들 모두 팀에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현실적인 부분도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원하지만 팀 전력상 선수들이 원하는 점을 모두 채워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선수 측과 만나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FA는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의 몸값이 상승하려면 타 구단과의 경쟁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황재균과 장성우를 영입하려는 타 구단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면 선수가 불리해진다. KT 구단 관계자는 “선수 측에 구단이 생각한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면서 “협상 과정에서 구단의 제안에 드라마틱한 반전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논의하면서 조금씩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KT 구단은 두 선수가 원소속팀이 아닌 외부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면 그 선택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KT는 두 선수와의 계약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황재균은 처음에 에이전트 없이 구단과 협상하다가 최근 이전의 에이전트에게 협상을 맡겼다고 한다.
황재균은 2025시즌을 앞두고 허경민이 FA로 KT에 합류하면서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스프링캐프에서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수 글러브까지 챙기며 의욕을 불태웠다. 올 시즌 황재균은 112경기 타율 0.275 7홈런 48타점 50득점 3도루, OPS 0.715를 기록했는데 KT에 1루수를 맡게 될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가 영입됐다. 더욱이 외야와 1루수도 맡을 수 있는 김현수가 합류하면서 황재균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장성우는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4명의 포수 중 한 명으로 129경기 타율 0.247 14홈런 58타점, OPS 0.713을 올렸다. 하지만 리그 최다인 104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한 시즌 도루저지율이 9.6%까지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KT에는 FA로 영입된 한승택과 성장을 기다리는 강현우, 조대현 등이 포수 자원으로 남았다. 과연 장성우가 베테랑 포수로 내년 시즌에도 KT의 투수들을 이끌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