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총회 보고서(왼쪽)에는 질서확립위원회가 “조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고 최초 발의한 것으로 나와 있으나 해당 위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요신문 DB |
이번 조용기 목사의 노벨상 후보 추천에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조 목사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적절한 인물인가’와 ‘왜 하필 한기총이 이 시기에 조 목사를 추천했는가’에 대한 여부다. 첫 번째 쟁점인 조 목사의 후보 적절성을 놓고는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진장로교회 이명남 원로목사는 “교회를 키웠다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일”이라며 “조용기 목사가 그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 목사 또한 “가당치도 않다. 제 정신을 가진 기관이라면 조 목사를 추천할 수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반면 한기총 소속 원로 목사들은 조 목사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원로 목사는 “조용기 목사는 한국 교회의 상징이다. 노벨평화상을 탄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 목사 또한 “무엇을 하든 비판은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왈가왈부하기보단 노벨평화위원회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한기총은 이 시기에 조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을까. 여러 교계 전문가들은 한기총의 ‘현 입지’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신동식 정치윤리운동 본부장은 “그동안 한기총이 금권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로 입지가 많이 무너진 게 사실”이라며 “이번 건은 기독교 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인 수법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기총은 지난 2010년 총회장을 지냈던 김광선 목사의 양심선언으로 ‘금권선거’ 문제가 밝혀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한기총 총회장이 되려면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소문은 교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후 한기총 안팎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이 벌어졌고, 2012년 3월 한기총에 소속된 일부 교단들이 빠져나와 ‘한국교회연합’을 설립함으로써 한기총은 줄어든 입지를 실감해야 했다. 한 교계 관계자는 “홍재철 목사도 회장에 임명되는 데 잡음이 많았다. 입지가 불안한 홍 회장이 조용기라는 일종의 국면 전환용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기총은 조 목사를 추천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무엇보다 ‘누가 처음에 조 목사를 추천했는가’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기총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28일 한기총 산하 질서확립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조 목사를 처음 추천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정작 질서확립위원회 위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독교 인터넷 신문 <뉴스 앤 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안건을 다룬 회의에 참석한 위원 7명 중 연락이 닿지 않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최초 발의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한기총 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질서위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 그러나 질서위가 계획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기총은 조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문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오는 1월말 문서를 노벨평화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기총 관계자는 “안팎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일단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배임·횡령·세습… 말 많고 탈 많아
조목사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비판하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조 목사의 배임과 비리 의혹, 교회사유화 문제 등을 꼬집었다. 실제로 조 목사는 국내 최대 교회로 일컬어지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일궈냈음에도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기 일쑤였다. 조 목사의 비리 의혹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가 국민일보 회장에 취임하자, 재단법인 순복음교회가 100% 출자한 국민일보가 희준 씨의 회사인 ‘넥스트미디어’로 넘어간 일이 있었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족벌 세습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도들의 성금을 모아 설립한 국민일보를 사유화한다는 것이다.
2000년 6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가 다시 국민일보 주식 100%를 사들임으로써 국민일보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비리 의혹은 이즈음부터 본격화됐다.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명의로 등록된 교회 건물의 상당수를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표자 조용기’로 명의 변경한 후 담보로 잡아 은행에서 1000억 원가량을 대출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게다가 이중 600여억 원은 넥스트미디어로 대출되어 논란이 일었다. 후에 희준 씨는 조 목사로부터 돈을 받고 증여세 25억 원을 포탈하고 회사 공금 17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기에 이른다.
의혹이 이렇게 불거지자 교계단체에서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2004년 조 목사의 장기집권 및 세습의혹, 재정유용, 가족일가의 족벌 경영 등의 문제를 공개 제기했다. 희준 씨와 관련된 비리뿐만 아니라 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씨, 차남 조민제 씨, 셋째 아들 조승제 씨 등이 순복음교회와 관련한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순복음교회에서 설립한 한세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는 김성혜 씨는 교회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2008년 순복음교회 원로 장로들이 “김 총장이 교회 일에 간섭할 수 없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조 목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1년 9월 순복음교회 장로 29명이 조 목사와 희준 씨를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은 그동안 곪았던 조 목사의 비리 의혹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장로들은 희준 씨가 ‘국민일보 평생독자기금’을 주식 투자로 날리자 교회 돈을 이용해 그 손실을 채워 넣어 교회에 300여억 원의 손해를 끼쳤고 조 목사는 이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이 사건으로 2012년 11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이제껏 온갖 영광을 다 누려온 조 목사가 노벨평화상 후보가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