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최대의 유흥가인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유흥업소들의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하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연말연시면 경찰의 퇴폐업소 단속이 한층 강화된다.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업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일단 경찰이 출동하면 그곳은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한 업주는 도망가기에 바쁘고 당황한 손님들 역시 “모르고 왔는데 억울하다”며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지난 연말, 경남 창원시에서 발생한 성매매 단속에서는 경찰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일반 회사원이라 생각했던 남자손님이 알고 보니 김해연 경남도의원(47)이었던 것이다.
지난 12월 27일, 한창 연말 분위기에 젖어있을 무렵 김해연 의원은 홀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았다. 평소에도 종종 들르는 거리였기에 낯설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 김 의원의 시선이 머문 것은 다름 아닌 ‘귀 마사지’를 해준다는 업소. 호기심을 참지 못한 김 의원은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한 오후 5시경 해당 업소를 제 발로 찾아갔다.
평일인 데다 아직 퇴근시간도 되지 않은 탓인지 업소는 한산했다. 김 의원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업소에 들어서자 업주 김 아무개 씨(37)는 반갑게 손님을 맞았고 선불이라는 말에 김 의원은 그 자리에서 3만 9000원을 결제했다. 이후 김 의원은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안내를 받았고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종업원 최 아무개 씨(여·20)가 들어왔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 의원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민마저도 비난을 가하기에 앞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에서 평범한 근로자로 일하던 김 의원은 지난 2001년 4월 제3대 시의회 보궐선거를 통해 시의원으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시의원으로 재선까지 지낸 김 의원은 2006년 경남도의원으로도 당선돼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김 의원은 누구도 선뜻 나서려하지 않는 도내 대규모 사업을 들쑤시고 다니며 각종 특혜나 비리를 밝혀내 도민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처럼 의정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경남도청 직원들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도 ‘베스트 도의원’이라고 손꼽았다. 더욱이 이러한 탄탄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 야권 후보 1순위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여기에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 이뤄진 김 의원의 사퇴 선언은 또 다시 충격을 줬다. 지난 17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 의원은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인해 생긴 사회적 파장에 대해 저의 억울함이야 말로 표현을 다 못하겠지만 공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올바른 자세라 생각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히고 도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사퇴처리도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교적 이른 시간에 유독 한 곳만 대상으로 한 경찰의 단속을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다. 보통 경찰의 단속은 늦은 시간 여러 업소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남도의회 관계자는 “이런저런 말이 떠도는 건 사실이나 아무 것도 확인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김 의원이 남긴 말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무언가 배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경남도내의 대규모 특혜사업들을 막으면서 수많은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며 “향후 사법부의 진행과정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긴 것. 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듣고자 했으나 김 의원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하루 5000건 성매매
두 얼굴을 가진 동네. 경남 최대의 유흥가로 불리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을 부르는 말이다. 한번이라도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절로 고개를 끄떡일 만큼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다. 재래시장이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도보 5분 거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즐비해 낮에는 일반 시민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어둠이 내릴 무렵이면 거리엔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며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상남동 유흥가의 특징은 한 건물에서 ‘논스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지상 5층 이상으로 보통 저층에는 식당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후 한 층씩 높아질 때마다 유흥의 수위가 ‘업그레이드’된다. 일반 술집부터 시작해 노래방, 단란주점을 차례로 거치면 마침내 숙박업소를 만날 수 있는 구조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면 단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고도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다. 덕분에 인근 공장단지 관계자들의 ‘은밀한 접대’에 안성맞춤으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문제는 워낙 유흥업소가 많다보니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러 민간단체에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하루에 5000건에 달하는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강력 범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지난 2011년 성 구매 남성으로부터 노래방 도우미가 목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도 일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