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법원 안에서는 “대법원이 기존에 제안했던 ‘신속 전담재판부 지정 방식’이 통과된 법안과 사실상 동일한 셈”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처리된 법안은 최종적으로 법원 내 사무분담위원회가 재판부를 꾸리도록 해 구성의 자율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고등법원이 무작위 배당으로 배정된 곳을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는 방식의 ‘자체안’을 활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당초 추진했던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은 법관 추천위원회를 신설하고, 추천위원을 법무부 장관이나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기관 인사가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법관 인사에 외부 기관 인사가 개입하면 삼권분립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내란전담재판부 법관 추천위를 신설하되 이를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일원들로 구성하는 안으로 일부 후퇴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 인사 규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민주당은 최종 법안에서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담당하도록 했다. 판사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의 수와 법관 수 등 요건 기준을 마련하면 사무분담위원회가 관련 재판 사무를 분담해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 전담 법관을 임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초 검토 과정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을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려 했지만 ‘조희대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반영돼 최종안에서 서울고등법원 사무분담위원회를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나왔던 안은 조 대법원장의 관여를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며 최종안에서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배제한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 “조직법이면 따라야”

이 자리에서는 대법원이 마련한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대법원 예규)’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안)’의 주요 내용이 공유됐다. 특히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면 ‘추후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일단 2026년 법관 정기인사에 따른 사무분담 시 형사부를 2개 이상 늘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내년에는 16개 형사재판부를 구성하고, 이 가운데 2∼3개의 형사항소부를 무작위 배당으로 내란 사건 전담재판부로 지정하자는 방식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판사는 “민주당 법안의 위헌 가능성을 주장하는 여론도 있지만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조직법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판 당사자 중 누군가는 당연히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가서 다툴 수 있겠지만 재판을 진행하는 우리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에서는 민주당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사무분담위원회에 사실상 ‘결정권’을 준 셈이다 보니 기존 법원 제안이 그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판사회의에서 “무작위로 2~3개 재판부 선택 후 해당 재판부에 내란 사건만 배당하고 나머지 사건은 배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에 집중토록 한다”고 결정하면 법원이 기존에 제안했던 신속 재판 진행안과 사실상 똑같은 방식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 법원 안은 내란·외환죄 등 국가적 중요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해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민주당이 법원 내 예규를 존중해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는데 결국 이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존 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풀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위헌’ 주장할 듯

앞선 서울고등법원의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재판을 계속 진행하면서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위헌 판단이 나올 경우 재판부의 판단 자체도 흔들릴 수 있지 않느냐”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켜 불구속 상태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위헌심판을 제청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대부분 제거했지만 특정 사건을 위한 재판부를 사후에 출범시키는 입법 자체가 ‘평등권 침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직법으로 헌재에서 위헌이 나온 적은 없지만 기존 작위 사건 배당 방식보다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며 “최초 법안대로라면 위헌 판단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최종안대로라면 위헌 결정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수정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법원과 소통해 가면서 조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