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단 한 명, 다니엘에 대해서만은 전속계약을 해지한 뒤 430억 원 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4년 11월부터 시작된 뉴진스의 이탈 등 일련의 사태에 책임이 있고 전속계약상 신뢰를 저버릴 만한 '문제 행동'을 했다는 게 어도어 측의 주장이다. 다함께 한마음으로 움직였던 그룹에서 단 한 명 만을 상대로 계약해지와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기존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소송의 진행부터 결과는 물론, 남은 '4진스'의 활동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앞서 뉴진스 멤버 5인(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2024년 11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부당한 감사에 착수한 뒤 그를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하는 등 신뢰관계 파탄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어도어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같은 해 12월 어도어가 뉴진스에 대해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은 지난 10월 30일, 어도어의 승소로 종결됐다.
항소 기간 안에 멤버들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11월 12일 해린과 혜인을 선두로 나머지 세 멤버들도 소속사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민희진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완전체 뉴진스'의 복귀에 시동이 걸리는 듯 했다.
그러나 1개월 여 간의 긴 논의가 이뤄진 끝에 어도어는 다니엘에 대해서만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위약벌과 손해배상 소송 등 신속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명확한 '계약해지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전속계약에 위배되는 행위와 이로 인한 신뢰관계 파탄, 어도어 측에 끼친 유·무형의 손해가 토대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니엘의 계약해지 사실이 알려진 뒤 그가 부담하게 될 위약벌 금액은 약 1000억 원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에 명시된 위약벌이 통상 계약 해지 시점의 직전 2년 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잔여 계약기간을 곱해 산정되는 것에 따라 계산된 것이다. 어도어는 2023년 1103억 원, 2024년 111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다니엘의 남은 전속계약 기간이 약 4년 7개월인 것을 종합해 나온 것이지만, 이번 소송에서 청구액이 430억 원 상당에 그친 것은 어도어 측이 보다 현실적인 손해액을 파악해 계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가 모두 한 마음으로 움직였으나 이처럼 오직 한 멤버에 대해서만 계약해지와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한 것은 기존 엔터계 소송 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어도어의 행보는 하루라도 빨리 손해를 회복해야 하는 '회사'로서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지만, 남은 4명의 뉴진스 멤버들을 이전과 동일하게 활동시킬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린다. '5인 뉴진스'로 이미 최상위급의 인기와 막강한 인지도를 얻었던 그룹의 IP 운용 방식 자체를 흔드는 선택이라는 지점에서다.

뉴진스는 현재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아티스트이자 회사 실적과 기업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IP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를 구성하는 멤버 중 일부를 배제한 채 사업을 이어가는 전략은 법적 대응 차원에서는 가능할 수 있으나 브랜드와 시장 신뢰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장 신뢰'를 구성하는 대중적 호감도와 팬덤의 절대적인 지지도 그 기반이 이미 무너졌거나 아슬아슬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분쟁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해진 대중들은 뉴진스에 이전만큼 큰 호감을 느끼기 어렵고, 그나마 '완전체 뉴진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던 팬덤마저 다니엘이 빠진 '4진스'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뉴진스 팬덤 버니즈는 12월 29일 하이브, 어도어,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내고 "뉴진스 멤버 전원이 함께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한 멤버에게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뉴진스 5인 완전체를 일방적으로 해체시키려는 폭거이자 법원과 당사자, 팬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어도어의 결정으로 뉴진스라는 브랜드가 그동안 형성해 온 정체성과 시장 인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이전보다 더욱 불확실해진 셈이다. 이번 뉴진스의 복귀는 '민희진 걸그룹'으로 각인돼 있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하이브·어도어 체제 하에서 독자적 브랜드로 재정립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멤버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이 전환 시도 자체가 그룹의 연속성을 훼손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