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됐던 IPO 시장 연말에는 반전 성공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IPO 시장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 불안과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국내 IPO 기업들을 향한 투자 심리를 위축했고, 그 여파가 연초까지 이어졌다. 특히 1분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LG그룹 계열사 LG씨엔에스가 상장일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장을 시작했고, 장중 한 차례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하며 장을 마감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기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써냈던 ‘묻지마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IPO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기업들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더라도, 희망 공모가액 범위 최하단 혹은 그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해 상장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이른바 IPO 기업 ‘옥석 가리기’로 기업들의 상장일 주가 흐름은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LG씨엔에스 상장일인 지난 2월 5일까지 상장한 기업 8곳 중 6곳이 공모가를 하회한 채 장을 마쳤으나 그 이후 상장한 종목 68곳 중에는 7곳에 불과했다.
IPO 기업들의 상장일 주가 흐름은 하반기에 더 높게 나타났다. 상반기 상장 기업 38곳의 공모가 대비 종가 기준 평균 상승률은 55%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 하반기 상장 기업은 95%로 집계됐다. 특히 4분기 상장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눈에 띄었다. 분기별로는 같은 기준 평균 1분기 43%, 2분기 73%, 3분기 52%였으나, 4분기 126%로 크게 뛰었다.
#따따블 기업 3년 새 최다…‘따따블상상’ 기업도 등장
하반기에는 상장일 ‘따따블’을 기록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상반기에는 따따블로 장을 마친 기업이 1곳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는 4곳이다. 2023년 6월부터 공모주의 신규상장 가격 상승 폭이 공모가의 4배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2023년 3곳, 2024년 3곳이었던 따따블 달성 기업이 올해 5곳으로 제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8일 상장한 알지노믹스는 상장일 따따블을 기록한 이후 2영업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LS머트리얼즈, 2024년 우진엔텍, 올해 이노테크, 에임드바이오가 상장일 따따블로 장을 마감한 뒤 다음 영업일에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지만, 2영업일 연속 상한가로 장을 마친 사례는 알지노믹스가 최초다. 알지노믹스는 상장일 포함 5영업일 동안 상승하며 지난 24일 최고가 기준 공모가 대비 685%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가 수익률 증가에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는 공모주 배정 물량의 30% 이상(2026년부터 40%)의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 투자자들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후 IPO 기업들의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크게 상승했다. 제도 시행 이전에 상장한 종목 53개(2025년 기준)의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25.00% 정도였으나, 제도 시행 이후 종목 23개의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79.22%로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큐리오시스(97.89%) △에임드바이오(96.84%) △씨엠티엑스(96.20%) △그린광학(95.24%) △노타(91.87%) △아크릴(91.19%) △아로마티카(90.90%) 등 7개 기업은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90%를 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을수록 상장일 IPO 기업들의 유통물량은 줄기 때문에 상장일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상장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 중 8곳의 상장일 최종 유통물량은 평균 38.75%로 나타났다. 반면 따따블을 기록한 5개 기업의 상장일 최종 유통물량은 21.17%로 집계돼 차이를 보였다.
#3년 만에 등장한 대어…수익률 저조에 투자자 실망
반전에 성공한 올해 IPO 시장에서도 옥에 티는 있었다. ‘대어’로 불리는 중대형 IPO들의 상장일 주가 부진이다. 올해는 공모 금액이 1조 원이 넘는 기업(LG씨엔에스)이 2022년 이후 3년 만에 등장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공모 금액이 10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인 기업도 6곳으로,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대어급 IPO로 평가받던 서울보증보험은 희망 공모가액 범위(2만 6000~3만 1800원) 최하단인 2만 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해 상장하기도 했다. 서울보증보험처럼 공모가를 낮추지 못했던 케이뱅크,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은 기업이 원하는 몸값과 기관 투자자 등 시장이 책정한 가치와 괴리가 커 상장을 철회했다.
자회사 중복상장 논란도 중대형 IPO들의 상장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모회사에서 물적 분할 후 상장한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고, 현재는 물적 분할과 관계없이 사실상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돼 한국거래소의 강도 높은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SK엔무브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외부에 매각했던 SK엔무브 지분 30%를 8593억 원에 다시 인수하면서 상장을 포기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 긍정적 주가 흐름 속에 2026년 중대형 IPO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 △LS그룹 에식스솔루션즈 △무신사 △구다이글로벌 △HD현대로보틱스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5개 기업 모두 예상 시가총액이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IPO 기업 옥석 가리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 등 IPO 관련 제도 강화로 상장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좋아졌다”며 “내년에도 기관 투자자들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마다 기업 가치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서 상장일 주가 흐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전무는 “국내 증시 자체가 크게 오르다 보니 일종의 낙수 효과로 일반 기업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공모주 투자에 자금이 쏠리면서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면이 있다”며 “2026년에는 기업들 입장에서 IPO 적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무는 “현 정부가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어급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IPO는 코스피 지수를 높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재료”라며 “현 정부가 중대형 IPO를 코스피 시장으로 유인해 상장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