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인기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와 공백을 거쳐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과 조림이라는 한 가지 무기를 붙잡고 버텨온 시간, 그리고 ‘잘하는 척’하며 살아야 했던 한 요리사의 드라마틱한 서사가 이번 우승과 함께 재조명된 덕이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일본 요리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이었다. 만화책 속 기발한 요리와 기술을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초밥집 개업이라는 무모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요리사보다 오히려 손님들의 ‘초밥 식견’이 더 높았고, 초밥 요리사로서 최강록의 경력과 출신을 궁금해하는 일이 많아지자 스스로도 요리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내가 만드는 음식이 올바른 음식인가’를 고민하던 최강록은 서른을 앞둔 나이에 식당을 접고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어를 빨리 익히기 위해 한국인 스님이 사는 도쿄의 절에 들어가 살면서 어학교를 다녔다는 독특한 일화도 이때의 일이다. 이후 일본의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에서 2년 동안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최강록은 이번엔 일본식 반찬 가게를 새롭게 창업했다. 어느 정도 일식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생각에 승부를 걸어봤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결국 큰 적자를 안은 채 폐업하고 말았다.

최강록이 다시 요리 서바이벌에 도전한 것은 이로부터 11년 만인 2024년,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였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라는 점으로 주목받으며 그 이상의 화제성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아쉽게도 3라운드 팀전과 패자부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럼에도 최강록의 식당 예약에 2만 명이 몰리는 등 ‘최강록’의 이름값은 분명하게 재확인됐다. “나야, 들기름”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런 인기를 발판으로 더 큰 성공을 꿈꿔봤을 법도 하다. ‘흑백요리사 시즌 1’이 방영되고 나서 승패의 결과와 관계없이 국민적 관심이 쏟아진 상황이 출연진에게는 사업과 커리어를 키울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강록은 ‘흑백요리사 시즌 1’이 방송된 뒤 오히려 식당을 닫아버렸다. 이로 인해 ‘물 들어올 때 노를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실제로 모든 이들이 최강록을 조림으로만 기억할 때 그는 마지막에 이르러 평생 자신을 설명해 온 조림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라는 파이널 경연 주제에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를 선보인 최강록은 “조림을 잘못하지만 잘하는 척했다. ‘척’하기 위해서 살아온 인생이 있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조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한테 조금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이 요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물음에는 “수고했다, 조림 인간. 오늘만큼은 쉬어라”라는 말로 깊은 울림을 안겨줬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최후의 1인이 된 그는 “저는 특출난 사람도 아니고,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요리사 분들,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시는 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이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열심히 더 음식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겠다. 자만하지 않겠다. 재도전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