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는 지난 1월 1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식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총 공모주식 수는 6000만 주로, 주당 희망 공모가는 8300원~95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2024년 상장 추진 당시 제시했던 밴드(9500원~1만 2000원) 대비 12.6~20.8% 낮아진 수준으로, 희망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 역시 기존 최대 5조 원에서 약 4조 원 규모로 하향 조정됐다. 시장의 눈높이와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 등 현실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해 몸값을 낮추고 상장 완주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과거 2022년, 2024년 두 차례 상장 시도에서 투자심리 위축과 수요예측 부진으로 고배를 마셨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5000선 돌파를 앞둔 현재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수 호조가 실질적인 유동성 확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수 상승은 유통시장에 국한된 현상일 뿐이고 기업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시장’과는 상관이 없다. 이번 기업공개(IPO·상장)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케이뱅크의 밸류에이션 상단을 제한하는 ‘유리천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공모가 3만 9000원으로 상장해 한때 9만 4000원을 웃돌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2월 20일 종가 기준 2만 1650원에 머물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저평가는 그룹사 리스크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면서도 “시장 심리 상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뱅크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물릴 수 있다’는 불안 탓에 2024년 IPO 추진 당시처럼 우리사주 청약 미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 우리사주는 1년간 팔 수 없기 때문에 상장 초기 주가 급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남은 물량이 매도 제한이 없는 일반 공모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언제든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더욱이 이미 전체 공모 물량의 80%에 달하는 일반 공모 비중과 과거 ‘주식 퍼주기’ 마케팅으로 늘어난 소액주주 지분은 상장 초기 주가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분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약 19만 7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약 9%에 이른다. 이는 2021년과 2022년 고객 유치를 위해 진행한 주식 무료 증정 이벤트의 결과다. 문제는 이 물량에 매도 제한이 걸려 있지 않아 상장 첫날부터 바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오버행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우리사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는 일반 공모로 전환되고, 최종적으로 미달된 물량은 주관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주관사의 총액 인수 부담이 크지만, 현재 증시 상황을 놓치면 향후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판단 하에 물량을 떠안아서라도 상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KT 자회사이자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오버행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씨카드는 보유 지분 31.23%(1억 2669만여 주)에 대한 의무보유 기간을 2024년 상장 추진 당시 설정했던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 또한 보유 주식의 70%를 3개월과 6개월로 나누어 보호예수를 설정했고, MG새마을금고와 JS신한파트너스도 이에 동참했다. 주요 주주들이 상장 직후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케이뱅크가 희망 시가총액을 4조 원대로 하향 조정했음에도 일본 라쿠텐뱅크를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라쿠텐뱅크는 일본 최대 이커머스 그룹인 라쿠텐의 핵심 계열사로 비이자이익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에 달한다. 반면 케이뱅크는 이자이익 의존도가 90%에 육박하고 ROE는 6.4% 수준에 그쳐 사업 구조와 수익성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피어그룹 선정 배경에 FI의 수익 보장 문제가 얽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모가가 9300원을 밑돌 경우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FI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해외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공모가를 방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하더라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앞서의 증권가 관계자는 “어렵게 상장하더라도 사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고금리와 채권시장 불안으로 대형 시중은행조차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이자 장사 경고로 인해 핵심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 영업 역시 위축됐다”며 “자본력이 부족한 인터넷은행 특성상 투자 여력도 제한적인데 단기간 내에 기업금융 부문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연내 ‘1거래소-1은행’ 관행 폐지를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개편에 착수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 이용자들이 무조건 케이뱅크 계좌만 써야 했기에 손쉽게 고객과 예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규제가 풀려 거래 은행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되면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 10월로 예정된 업비트와의 제휴 계약 연장 여부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비트 예치금은 현재 케이뱅크 전체 수신의 약 25%에 해당한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 부재로 인한 악재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는 자체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케이뱅크는 외부 플랫폼인 업비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대주주인 KT가 전혀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중은행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가 늘면서 우량 기업 고객들이 외국 금융기관으로 이탈하자,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시장으로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인터넷은행들이 2028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기존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해야 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구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경기 변동에 민감해 연체율 급등과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 환경이 유리하지 않다. KT가 아예 은행업에 손을 털고 나간 다음 새로운 경영자가 들어온다면 모를까, 과거의 부실 이력 등을 감안했을 때 상장한다고 해도 추천하고 싶은 주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소비자들이 영업점 방문 없는 비대면 금융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점포나 인건비 등 막대한 고정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금리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라며 “케이뱅크의 상장이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켜 홍보와 노출이 늘고 인터넷은행 업계 전반이 재평가받는 ‘윈윈’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