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경기도는 2006~2009년분에 해당하는 미지급 수당 약 750억 원을 우선 지급했다. 이에 더해 도는 사태의 원인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2교대 근무방식에 있다고 보고 3교대 근무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경기소방선진화 선언문도 공표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경기도가 2010년 3월부터 2017년 2월 사이의 수당을 계산하며 행정안전부 지침을 근거로 ‘휴게시간(1일 2시간)’을 근무시간에서 빼고 지급한 것. 이에 소방관들은 휴게시간도 실제로는 출동 대기를 하는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다시 수당 지급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라 수당을 제한했다'는 지자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상급 기관의 내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법령(규정)을 위반할 수 없다. 지침을 근거로 법이 정한 수당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판결로 인해 1일 24시간 맞교대 근무 시, 기존 2~6시간씩 공제하던 ‘휴식 및 식사시간’이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게 됐다.

경기도마저도 개별소송에서 “모든 휴게시간이 대기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소방관들을 몰아세웠다. 소방서 내에 침실이나 휴게실이 완벽히 갖춰져 있고, 그 시간 동안 출동 호출이 없었다면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휴식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또한 경기도는 “휴게시간 2시간 전체를 소급해서 줄 필요는 없다”며 지급액을 깎으려 시도했고 재판부는 휴게시간 중 식사 시간 등 최소한의 개인정비 시간은 근무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 경기도가 부분승소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도지사 선거 당시 ‘소방 안전 5대 공약’을 발표하며 소방관 등 생명수호 영웅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김동연에게 1시간의 수당을 깎기 위해 그들의 수고를 폄하하고 소송으로 몰고가는 행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 사안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행정소송이나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의 경우 지자체가 임의로 합의하거나 지급을 결정할 수 없다. 최종 결정에 앞서 법무부의 소송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런 경우 통상 상급심, 또는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보라는 소송 지휘에 나선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독단적으로 수당을 지급한다면 배임 등의 분쟁에 휩쓸릴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시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였기 때문에 그 위험은 더 컸다.

그리고 올해 1월 23일 법무부는 수원고등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소방공무원의 명예와 헌신을 지키기 위한 김동연의 지시가 있었다. 김 지사는 지난해 9월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련 공무원에 지시했다.
이후 경기도는 ‘이자를 제외한 원금 지급’이라는 방안을 법원, 전현직 소방공무원, 법무부에 제안했고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법원에 화해권고결정 의견서를 보냈다. 소방공무원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화해권고 동의를 구하며 법적 판단 이상의 해결 방안을 준비했다.
그리고 29일 경기도는 341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다. 2010년부터 16년에 걸친 분쟁이 김동연의 손에서 마무리된 셈이다.
김 지사는 “소방공무원의 초과근무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값진 헌신과 노동의 기록”이라며 “경기도는 소방관의 헌신과 명예를 바로 세우는 동시에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공정한 기준 아래 그 책임을 성실히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