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북미법인은 지난 1월 15일 미국 시장을 겨냥한 커뮤니티 플랫폼 ‘씽스북(ThingsBook)’의 미국 내 일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씽스북은 네이버가 온전히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국내 서비스 없이 글로벌 시장에 직진출한 첫 플랫폼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일상 콘텐츠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감성을 더해 Z세대를 노리고 포시마크 등 네이버가 보유한 중고거래 플랫폼까지 연계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출시 초기 씽스북에 대한 반응은 ‘전무’에 가깝다. 시범 서비스 시작 후 보름이 지난 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씽스북의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50회 이상’, 애플 앱스토어의 리뷰 수는 36개에 불과했다. 씽스북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도 1000명 이하에 머물고 있다. 출시 초기 마케팅을 위한 ‘허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처참한 수치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6월 미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벤처스 출범식에서 미국 내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생태계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씽스북은 이 의장의 미국 UGC 플랫폼 진출 첫 단추인 셈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임을 감안해도 지난해 10월부터 내부 테스트를 거치며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공 들여온 것으로 안다”며 “준비 기간과 목표치를 생각하면 아쉬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이 오랜 은둔을 깨고 외부 활동에 나서며 지원사격을 보냈던 네이버벤처스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네이버벤처스는 출범식 당시 한국계 스타트업 ‘트웰브랩스’ 투자 소식을 전했으나 이렇다 할 후속 투자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선제 진출한 한국계 벤처캐피털(VC)들이 엔트로픽·피규어AI 등 굵직한 투자 건에 글로벌 유수의 VC와 발 담그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웹툰엔터 성장성 꺾이고, 가상자산 급락 두나무 합병 변수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기치로 내걸며 나스닥에 입성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부진도 뼈아프다. 지난해 1~3분기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누적 적자 3700만 달러(약 540억 원)를 기록했다. 성장성이 확실하다면 적자를 개의치 않는 미국 기술 시장이지만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그 성장성이 미심쩍다.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은 9.5% 선으로 ‘성장주’의 마지노선인 20%를 크게 밑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기업공개(IPO·상장)를 앞두고 네이버가 2021년 6억 달러에 인수한 왓패드를 품었으나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6월 상장 당시 21달러던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현재 반 토막이 난 1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역시 2022년 16억 달러를 베팅한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역시 테무·쉬인 등 중국 C커머스 공습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두 이해진 의장이 GIO로 활동하며 글로벌 확장을 위해 결단했던 ‘빅딜’들이다.
반전을 위해 던진 승부수였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합병도 삐걱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을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품는 형태지만, 기업가치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3배로 평가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합병 추진 당시 네이버가 국내 최대 블록체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으나, 11월 초 개당 11만 달러를 상회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2일 8만 달러를 하회하며 시장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얼어붙는다면 ‘상투’에 잡은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주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며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자존심 구긴 국대 AI 탈락…쿠팡 반사이익도 물건너 가나
AI 분야에서도 ‘국가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을 위기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하이퍼클로바 등을 통한 독자 AI 구축의 중심축으로 기대 받아왔다. 특히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카카오가 사실상 AI 개발을 포기하고 오픈AI와 협업으로 노선을 변경하며 AI 모델·클라우드·플랫폼을 손에 쥔 네이버가 이재명 정부가 선정 중인 ‘국가대표 AI’로 꼽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 1차 평가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탈락하며 국내 AI 대표기업이라는 자존심이 무너졌다. 일부 중국산 코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네이버가 인정하며 독자성에 흠집이 간 탓이다. 여기에 LG AI연구원 등이 급부상하며, 국내 AI 시장에서조차 네이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이 축적해온 글로벌 경험과 전략적 통찰은 AI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네이버가 독자적 기술 방향성을 정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학교병원과 한국형 의료 특화 AI 구축, APEC 경주 정상회의 만찬 참석, 두나무와의 합병 공개, 한국은행과 세계 최초 전용 AI 플랫폼 구축 등 기술 성장의 주요전환점마다 직접 전면에 나서며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중장기적 성장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네이버벤처스, 씽스북, 네이버웹툰 등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네이버의 중장기 글로벌 전략을 이끄는 신사업 및 서비스로, 특히 지난 1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네이버웹툰의 미국 현지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2%를 투자하면서 향후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