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종합운동장 내 위치한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남 단장은 얼굴 전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물론 시즌 준비로 바쁘기도 하고 복잡한 일들도 많지만 너무 즐겁다. 우리가 처음으로 승격을 하지 않았나. 선수나 감독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번 시즌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부천의 승격은 이변 또는 기적으로 불린다. 부천의 승격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은 K리그2에서도 예산 규모가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이다.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현대 축구에서, 투자가 성적을 뒷받침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천은 지난 시즌 K리그2 정규리그 최종 3위를 차지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도달했다. 수원 FC를 만난 승강 플레이오프, 결국 1, 2차전 합계 4-2로 꿈에 그리던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김 단장의 머릿속에는 첫 부임 당시가 떠올랐다.
"8년 전에 단장을 맡게 됐는데 그때는 승격은 정말 꿈 같은 이야기였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매년 시즌을 시작할 때 우리는 목표가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했지만 어려워 보일 때도 많았다. 승격이 결정되니 정규리그 성적은 3위였지만 마치 우승한 기분이었다. 며칠간은 구름 위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부천의 승격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살림살이의 규모 때문이다. K리그2 우승으로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한 인천은 2025시즌 선수단 연봉에 약 107억 원을 지출했다. 반면 부천은 약 37억 원이었다. K리그2에서도 10위의 금액이다. 김 단장은 "연봉도 그렇고 환경도 열악하다. 좋은 클럽하우스, 훈련장을 갖춘 구단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힘들게 축구한 선수들이 정말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며 선수들을 감쌌다.
부천은 꾸준히 작은 규모를 유지해왔던 팀이다. 김 단장은 "처음 단장으로 왔을 때는 구단에 빚도 많았다. 부채가 40억 원 정도였다"며 "그동안 정말 허리띠 졸라 매가면서 어렵게, 어렵게 왔다. 선수가 기량이 올라오면 눈물을 머금고 보내야 했다. 오재혁, 안재준, 이동희, 서명관, 최철원 등 다 1부리그로 팔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때로는 그 선수들 다 있었으면 진작 좋은 성적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팔아야 했다. 그렇게 2024년에 대부분의 빚을 탕감했고 2025시즌에는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승격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승격이 결정되는 승강 플레이오프, 당시 킥오프 시간을 코앞에 두고 내린 폭설로 경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예고 없이 내린 함박눈은 기적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했다. 김 단장은 "나도 수십 년 축구를 했는데 눈 때문에 경기가 연기된 것은 처음 봤다(웃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도 끝까지 기다리면서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감독, 선수, 프런트 모두 한 팀에 몸을 담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축구계다. 이 같은 현상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한 시즌간 한 팀에 3명의 감독이 거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팀이 혼란스러우면 프런트 책임자도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김성남 단장은 2018년부터 부천과 함께하고 있다. 그에게 '장기 근속'의 비결을 물었다.
"나는 성향 자체가 한 곳에 오래 있는 것 같다. 고려대에서 감독과 코치로 13년 있었다. FC 서울에서도 10년을 지냈다. 부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다. 작은 구설, 잡음 하나로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간 행정가, 공무원 일변도였던 구단 수뇌부에 축구인 출신이 자리 잡는 것은 이제 어색한 일이 아니다. 최근 사퇴한 조광래 전 대표이사는 대구 FC를 장기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도 호평을 받는다. 다만 일부에선 축구인 출신 프런트이기에 현장 지도자의 활동에 관여하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김성남 단장은 인터뷰 중 이 부분에 대해 가장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내가 선배라고 해서 감독이 팀 전술을 짜거나 훈련을 하는 데 있어서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절대로"라며 "나도 감독, 코치를 오래했는데 끼어들고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웃음). '아, 이거 내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하면 팀이 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결국 나는 감독을 옆에서 도와주고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지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경기에서 지고 어려울 때 감독과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하고 그런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대한 긴장감, 스트레스 등을 덜어주려 한다. 나도 감독의 마음을 잘 알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특히 강팀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면 감독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내가 고려대 다닐 때 대학 선발로 1976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세계대학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축구가 없던 시절이다. 그 우승을 두고 기적이라고 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선수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감독님이 '상대팀이 발이 3개냐, 똑같이 하는건데 두려워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가졌다. 지금 우리 팀의 이영민 감독에게도 이런 식으로 얘기하며 긴장을 풀어준다."
이영민 감독과 관계에 대해서는 '신뢰로 다져진 사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간 어려움에도 충분히 잘해왔던 감독이다. 잠시 흔들린다고 해서 위기감을 주지 않으려 한다. 2024시즌에는 우리가 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다른 구단이었으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고민 없이 감독을 믿고 갔고 1년 뒤에 이 감독은 '승격 감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적 같은 승격의 기쁨만을 누리고 있을 수는 없다. 더욱 경쟁이 치열한 K리그1의 개막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부천 구단은 태국에서의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경남 창원으로 향한다. 김 단장은 "이영민 감독과 선수들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심 승격을 넘어 1부리그에서도 '돌풍'을 바라지만 김 단장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실적인 목표는 잔류다. 오랜 시간이 걸려 K리그1 무대를 밟았듯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도 중하위권이었던 팀의 예산은 1부리그에 맞춰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당연히 작년보다는 나아져야 한다. 그대로라면 할 수가 없다. 현 부천시장도 신경을 써주셨고 나도 시의원들을 찾아 읍소했다. '다른 팀들은 대포를 가지고 싸우는데 우리는 소총 가지고 되겠느냐'고 했다.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 팀에서 성장해서 좋은 결과 얻은 케이스가 많았다. 그래서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 팀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다소 생긴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에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구단이 성장한 것이 느껴져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보내던 중 부천 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장기간 부천에서 활약한 공격수 박창준이 부천 팬들에게 가장 달갑지 않은 제주 SK FC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단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와 계약이 끝나고 선수와 제주 구단이 계약을 맺은 것이다. 만약 계약이 돼 있는 상태에서 제주의 제안이 있었다면 우리로선 브레이크를 걸었을 것이다"라며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만 이번 같은 상황은 깨끗하게 잘 보내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마도 부천으로 경기를 하러 올 텐데,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하게 공격적으로 대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우리와 좋은 추억이 많은 선수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고 해외 리그에서도 경험을 쌓은 김성남 단장은 선수와 지도자를 넘어 행정가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김 단장 개인에게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 나이(71세)에 목표랄 게 있겠나. 개인적인 바람은 후배들이 배턴을 잘 이어받을 수 있게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얻은 것도 많다. 지금 여기(부천)가 내 마지막 자리다. 이 자리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