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한국 바둑의 절대 강자 신진서 9단이 농심신라면배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다시 한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월 6일 중국 선전 힐튼 푸톈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14국에서 신진서 9단은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을 상대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신진서 9단(오른쪽)과 이치리키 료 9단의 국후 복기 모습. 사진=한국기원 제공이날 대국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 드라마였다. 신진서 9단은 경기 중반 중앙 전투에서 밀리며 줄곧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때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집 차이가 10집 안팎까지 벌어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대국 막판 우세했던 이치리키 료 9단이 치명적인 수읽기 착각을 범하며 형세가 단숨에 뒤집혔다. 신진서 9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역습에 성공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를 일궈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당시 상황에 대해 “중앙 쪽 자충을 채워놨기 때문에 착각할 수 있는 모양이었던 것 같다. 이치리키 료 선수가 정확하게 보고 있을 줄 알고 바둑이 많이 힘들다고 보고 있었는데, 실전의 수를 뒀을 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지막에 너무 반성해야 할 바둑을 둬서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21연승을 했고 이렇게 응원 온 한국 선수들과 감독님까지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농심신라면배 시상식. 왼쪽부터 안성준 9단, 이지현 9단,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 사진=한국기원 제공이번 승리로 신진서 9단은 농심신라면배 개인 통산 21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이치리키 료 9단에게 8승 무패, 일본 기사를 상대로는 입단 이후 45연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농심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비결에 대해 신 9단은 “책임감이 좀 있을 때 부담감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것 같다. 확실히 중국, 일본 선수들에게도 농심배는 부담감이 큰 대회인데, 그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팀이 전원 탈락한 데 이어 일본의 마지막 희망까지 꺾은 신진서 9단은 삼성화재배, LG배, 응씨배 등 주요 세계대회를 휩쓰는 세계 일인자로서의 위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다. 신진서 9단은 한국의 우승과 함께 본선 3연승부터 주어지는 연승 상금까지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대회 최고의 스타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