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과 2심, 대법원을 거치면서 법원은 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작 시가 회수한 손해배상액은 저가 매각에 따른 손해배상금 1억 4900여만 원과 회수·선별 지원금 4억 5000여만 원, 지연손해금 1억여 원 등 총 7억여 원이다(관련기사 1월 29일자 경기 광주시, 재활용 선별 위탁업체 상대로 손해배상 ‘일부 승소’).
결국, 시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중 지연손해금을 제외한 총 12억여 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법원, 위탁업체의 저가 매각 손해배상책임을 20%로 제한한 이유
수원고등법원 제4민사부(정진아 고법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시가 청구한 재활용품 매각 대금의 손해배상액을 청구액의 20%로 제한했다. 청구금액은 7억 4500여만 원이지만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억 4900여만 원으로, 시가 저가 매각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금액에서 6억여 원을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피고 A 사가 2021년 1월에 각 재활용품 매각업체와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한 계약단가를 시에 보고하고 매월 월간 보고서로 한 달 동안의 품목별 재활용품 처리량과 함께 매각단가를 재차 보고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시는 이 보고를 받고도 “2021년 동안 피고에게 계약 변경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기타 손해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며 “원고의 이와 같은 과실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됐다”라고 적시했다.
시가 초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매각단가 상승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액이 더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매각단가는 공시단가와 비교해 얼마나 낮은 가격일까?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매각 대상 재활용품) 10개 품목 중 P.E와 잉곳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피고의 매각단가가 2021년도 물품공급 계약 체결 당시 한국환경공단(공단)이 매월 공시하는 수도권 재활용 공시단가보다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심지어 갈색파병, 녹색파병, 파지의 경우 공시단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 사가 “가능한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었다"라고 질타했다.
#광주시, 과연 저가 매각을 모를 수 있는 구조였나?
판결문에 따르면 시는 피고 A 사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광주시 재활용선별장에 관한 운영 및 처리 대행 용역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A 사가 매월 재활용품 반입량, 선별량 및 폐기물 처리량, 판매 현황 등의 관련 서류를 위탁관리비 청구 시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A 사는 시의 지시로 2020년 6월 8일에 재활용품 매각업체들과 재활용품 각 품목에 관해 개별적으로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단가를 변동하지 않기로 한 조항을 삽입했다. 이 조항은 2021년 1월 13일에 체결한 재계약 당시 계약서에 그대로 유지됐으며, A 사는 이와 같은 사항을 시에 공문으로 보고했다.
이 공문에는 품목별 매각업체명과 계약단가, 물품공급 계약 사본이 포함됐다. 시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처음부터 매각단가가 저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인근 지자체와의 매각단가 차이는?
광주시 선별장의 매각단가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선별장 판매단가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매각을 부른 원인 ‘재활용품 매각 방식의 변경’
2020년 4월 22일 광주시는 선별장 위탁업체인 A 사에 한 통의 공문을 보낸다. ‘2020년 하반기 재활용품 매각 방식 변경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시에서 직접 매각업체와 계약해 관리하던 재활용품 매각 방식을 하반기부터 운영대행업체에서 대신 추진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선별장으로부터 재활용품을 매입하는 매각업체들이 "재활용품 업계의 경기 침체로 기존의 계약단가로는 재활용품의 수출이나 출고가 쉽지 않다"라며 매각단가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시의 지시에 따라 A 사는 같은 해 6월 8일에 매각업체들과의 하반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A 사는 공단이 매월 공시하는 공시단가보다 최저 반값 이상의 낮은 매각단가로 계약했다. 그동안 시가 재활용품 매각단가를 결정해 왔지만, 그 계약 권한이 A 사로 넘어가면서 시에 막대한 금액의 세외수입 손실을 끼친 원인이 된 것이다.
매각업체들과의 계약 주체를 시에서 A 사로 바꾼 이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거에 진행된 일이고 전임자들이 결정한 일이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위탁업체가 (재활용품) 시장 가격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변경했을 것으로 추측한다”라며 “2023년부터는 운영 방식을 민간 위탁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끝내 회수하지 못한 회수·선별 지원금도 5억 8500여만 원
시가 위탁업체 A 사에 청구한 손해배상액 18억여 원 중 재활용품 저가 매각 손해배상액을 제외한 10억 3500여만 원은 회수·선별 지원금(지원금)이다. 시는 A 사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수령한 지원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본지원금 4억 5000여만 원만 돌려주라"라고 결정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가 재활용품 선별업체 등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기본지원금과 차등지원금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차등지원금 5억 8500여만 원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저가 매각 손해배상금 6억여 원과 지원금 5억 8500여만 원을 합쳐 광주시가 인정받지 못한 손해배상액은 총 12억여 원에 달한다.
#이주훈 광주시의원의 지적으로 뒤늦게 드러난 진실
이주훈 광주시의원은 2023년 6월14일 열린 '제302회 광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재활용 선별장 위탁 및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추진해 달라"라고 촉구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수면 아래 잠겨있던 혈세 누출의 실태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 의원은 본지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관계자에게 제보받아 처음 문제점을 인식했다”라며 “관련 부서에 자료 요청을 한 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세외수입 손실액의 규모가 큰 것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시는 이 의원의 발언 이후 행정감사를 진행하고 뒤늦게 소송도 제기했다. 이 의원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누구도 혈세 누출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위탁업체와 또 다른 소송, 이겨도 지는 소송?
시는 A 사와의 소송 외에 또 다른 위탁업체인 C 사와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C 사는 A 사와의 계약만료 이후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운영대행업체로 선정됐으나 각종 압류 등으로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시는 같은 해 11월에 C 사와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2023년 이 의원의 발언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C 사도 저가 매각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시는 A 사와 별도로 총 청구금액 11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소송은 피고 C 사의 파산신청 등의 사유로 지연되었고, 지난 3일 성남지원 제4민사부는 원고인 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C 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도 시가 회수할 금액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소송 상대자인 C 사의 재무 상태가 최악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회사는 경매가 진행되고 있고 회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 가압류 조치 등은 취해놨고, 1심 판결이 나면 곧바로 압류 등 채권 회수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회사의 현재 재무 상태로 볼 때 채권 금액의 회수가 불투명해 보여 이기고도 진 소송이 될 수 있다. A 사에서 회수하지 못한 12억여 원과 회수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C 사와의 소송액 11억여 원, 관련 소송비용 등을 합하면 시의 손실은 23억여 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시의 총체적 관리부실과 대응 소홀이 수십억대 ‘혈세 누출’을 가져왔다는 뼈아픈 비판을 광주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