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 가장 극적인 서사를 완성한 주인공은 단연 울산 고려아연이다. 사실 울산 고려아연은 개막 전, 8개 팀 감독과 주장 등 전문가 16명이 참여한 포스트시즌 진출 예상 투표에서 단 1표도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었다. 전년도 7위라는 성적과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 때문이었다. 하지만 울산 고려아연은 이러한 세간의 무관심을 비웃듯 10연승이라는 압도적인 기세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록 최종전에서 원익에 패해 시즌 11연승이라는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0표의 기적’이라 불릴 만한 이들의 행보는 이번 시즌 최고의 이변으로 남게 됐다.
울산 고려아연의 우승만큼이나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한옥마을 전주의 5지명 강유택 9단의 연승행진이었다. 개막 전 열린 선수선발식에서 지명 받지 못해, 선발전을 거쳐 가까스로 전주의 5지명으로 부름을 받은 강유택은 최종 라운드에서 GS칼텍스 김정현 9단에게 대역전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10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바둑리그 20년 역사상 1지명도 아닌 선발전을 거쳐 합류한 5지명 선수가 시즌을 전승으로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강유택이 꺾은 상대 중에는 신진서, 안성준, 원성진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쟁쟁한 1지명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았다. 바둑리그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답게 통산 6회 우승을 경험한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체 기전 18연승을 질주하며 2월 랭킹에서 자신의 랭킹을 14계단이나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홍일점 김은지, 8승 3패 맹활약
통합라운드 경기로 함께 치러진 최종 14라운드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정규리그 1위 울산 고려아연과 2위 원익이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한 가운데, 남은 두 장의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놓고 중위권 팀들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한옥마을 전주가 3위, 영림프라임창호가 4위로 가을 바둑의 막차를 탔으며, 전통의 강호 수려한 합천은 개인 승수에서 밀려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쓴 한옥마을 전주는 이번 시즌 ‘기형적인 전력구조’를 극복해낸 팀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전주는 2·3·4지명이 합산 7승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1지명 변상일과 5지명 강유택이 무려 19승을 합작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허리’가 부실한 상황에서도 ‘잇몸’으로 버텨낸 끝에 거둔 값진 결과다. 최종전에서도 안정기 8단이 자정을 넘기는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팀을 3위로 끌어올렸다.

정규리그의 대장정을 마친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2월 28일부터 3위 한옥마을 전주와 4위 영림프라임창호의 준플레이오프 경기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준플레이오프는 상위 팀인 전주가 1차전만 승리해도 올라가는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며, 이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3판 2선승제로 치러진다.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을 향한 마지막 승부에서 과연 ‘0표의 기적’을 쓴 울산 고려아연이 통합 우승까지 거머쥐며 동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경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