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핑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더 커지는 K-팝 그룹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걸그룹은 데뷔 10년 차에 접어들면 활동 폭이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예외다. 지난해 7월 발표한 곡 ‘뛰어’(JUMP)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글로벌200에서 팀 통산 3번째로 1위에 올랐다. 2022년 9월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등 전 세계 대형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유일한 K-팝 걸그룹으로도 꼽힌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룹 빅뱅의 프로듀서로 출발해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참여한 테디의 진두지휘 아래 2016년 데뷔 직후부터 뚜렷한 공백기 없이 활동하면서 경쟁력을 다졌다. 특히 솔로로 출발하면서도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 해외 뮤지션들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때문에 블랙핑크의 이번 완전체 복귀는 군 복무를 마치고 3월에 컴백하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올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빅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성공적인 솔로 활동, 팀 영향력 상승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군 복무로 인해 공백을 갖는 동안 유일무이한 K-팝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7월 경기 고양에서 시작해 올해 1월 26일 홍콩에서 끝낸 월드투어는 이들이 지금 어떤 위치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7개월 동안 로스앤젤레스와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16개 도시에서 총 33회의 공연을 가지며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1월 16일부터 3일 동안 열린 일본 도쿄돔 공연에는 무려 16만 명이 운집했다.

멤버 가운데 음악으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낸 주인공은 단연 로제다. 2024년 10월 발표한 ‘아파트’(APT.)는 전 세계를 사로잡은 메가 히트곡이 됐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K-팝 가수로는 처음으로 본상인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를 비롯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 수상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그래미어워즈의 오프닝 무대에 올라 현장에 모인 유명 팝스타들의 ‘아파트 떼창’을 유도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로제는 “저의 우상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제 인생 첫 그래미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건 꿈만 같고 영광이었다”며 감격해했다.
제니 역시 지난해 발표한 ‘라이크 제니’(like JENNIE)를 통해 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1월 열린 제40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해 솔로 가수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았고, 첫 솔로 앨범인 ‘루비’(Ruby)는 미국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앨범’에 선정되기도 했다.
로제와 제니가 음반과 퍼포먼스에 올인하는 ‘음악파’라면, 지수와 리사는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하는 ‘연기파’로 분류된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연기를 시작한 지수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 시리즈 ‘뉴토피아’의 주연에 이어 오는 3월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월간남친’을 공개한다. 처음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을 맡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최고의 남자친구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지수가 국내서 제작하는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한다면 태국 국적의 리사의 주요 활동 무대는 할리우드다. 지난해 HBO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 시즌3 출연을 시작으로 최근 미국에서 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 ‘노팅 힐’을 새롭게 각색한 드라마로, 제목이나 촬영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사의 첫 로맨스 시리즈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리사는 할리우드 제작진이 참여하는 넷플릭스 영화 ‘타이고’의 주연을 맡아 현재 마동석과 함께 촬영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블랙핑크가 이번 완전체 활동 이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은 2023년 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엔터)와 재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그룹 활동만 함께하기로 관계를 재정립했다. 이후 제니와 지수, 리사는 각자 기획사를 설립해 솔로 활동에 박차를 가했고, 로제는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소속이 됐다. 앞으로도 각자 개별 활동에 치중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미니앨범 ‘데드라인’ 이후 그룹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블랙핑크와 YG엔터 모두 이번 앨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팀으로 함께할 때 가장 막강한 시너지를 내는 만큼 그룹으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팝 가수로는 처음 국립중앙박물관과 벌이는 대규모 협업도 블랙핑크여서 가능한 일이다. 2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국중박 X 블랙핑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박물관 메인 로비인 역사의 길에 위치한 광개토대왕릉비에서 새 앨범 수록곡을 듣는 청음회를 연다. 또한 멤버들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 8점을 소개하는 오디오 도슨트도 맡는다. YG엔터는 “‘데드라인’이라는 앨범의 제목처럼 되돌릴 수 없는 최고의 순간들, 그리고 이 순간 가장 빛나는 블랙핑크의 현재로 가득 채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