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번 명절은 달랐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2월 15일 전체 호텔 투숙량은 성수기를 방불케 했다. 예약률은 2026년 들어 가장 높았다. 2025년 설 연휴 첫날에 비해 54% 증가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등 대도시의 설날은 더 이상 한가하지 않았다. 역귀성한 관광객들로 호텔과 명소들은 활기를 띠었다.
베이징 소재 한 호텔의 임원은 “설을 맞아 ‘효도 상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팔렸다. 식사 제공, 관광지 방문, 숙박을 연계한 상품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가격이 제법 비쌌지만, 고향으로 가는 비용보다는 싸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 명절 때마다 이 상품 비중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월 15일 하루 동안 전국 도시들 중 가장 많은 투숙객이 찾은 곳은 광저우였다. 그 뒤를 베이징, 선전, 상하이, 항저우, 난징, 우한 등이 이었다. 이곳에 위치한 호텔은 예약이 몰리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그럼에도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중 상당수는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초대한 부모들과 친척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한에 살고 있는 왕 아무개 씨는 설을 앞두고 5성급 호텔의 ‘패밀리 룸’을 예약했다. 부모, 형제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왕 씨는 “고향으로 가는 항공권 대신, 호텔에 돈을 쓰기로 했다. 비용은 형제들이 모았다”면서 “부모님이 언제 또 이런 고급 호텔에 숙박해보겠느냐”고 했다.
덩달아 도시의 주요 명소, 관광지에 인파가 몰렸다. 당국은 2월 15일 기준, 1·2선 도시의 관광지 입장객 중 50%가 3선 이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60세 이상 비중이 대부분이어서 역귀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설날 때면 한산했던 도시의 상권 역시 붐볐다.
상하이엔 명절 첫날(2월 15일) 256만 명가량의 외지인이 유입됐다. 외국인을 제외한 수치로, 2025년 같은 날 대비 39%가 늘었다. 이번 설을 맞아 실시한 ‘역귀성 프로젝트’ 덕분이라는 게 상하이 측 분석이다. 시 당국은 교통, 관광 등에 많은 특혜를 주면서 부모님들의 방문을 적극 유도했다. 또한 축제, 공연, 전시, 아동 등 총 7개 분야의 2570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당국은 여행 플랫폼 데이터를 근거로 연령별 항공권 예약량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60세 이상 항공권 예약량은 2025년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주로 1선 도시에 집중됐다. 자녀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부모가 이동했다는 의미다. 기차, 버스 예매량도 비슷한 추세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그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설날 기간 도시에서 고향으로 가는 항공권은 가격이 대폭 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동하는 항공권은 저렴해진다. 2월 15일 베이징에서 란저우로 가는 편도 요금은 700위안(14만 원)이었지만 반대 방향은 200위안(4만 2000원)에 불과했다.
북경에서 직장을 다니는 리생은 “부모님을 우리 집으로 모셨다. 비싼 교통비를 절약한 대신,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과 관광지를 다녔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고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2월 15일 비행기를 타고 대도시로 온 60세 이상 중 22%가 ‘인생 첫 비행’이었다.
항공사들은 역귀성을 대비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60세 이상은 ‘특별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예약, 결제 등의 전 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또한 첫 탑승객에 대해 이벤트를 실시한 항공사도 있었다.
주요 도시들이 몇 년 전부터 ‘설날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공을 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날 맞춤형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 문화 등이 늘어나면서 굳이 고향으로 갈 이유가 줄었다는 것이다. 교통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역귀성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역귀성과 함께 해외여행도 최근 설의 트렌드 중 하나다. 2월 15일 중국인들은 전 세계 475개 도시로 떠났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호주, 베트남, 이집트, 한국, 아랍에미리트 순이다. 2026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중국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2025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2월 15일 기준). 가장 인기 있는 도시는 상하이였다. 그 뒤를 베이징과 청두가 이었다. 하이난섬 최남단 도시인 싼야가 4위를 차지해 순위가 급상승했다. 중국에서 설을 보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의 국적은 호주가 제일 많았다. 베트남, 싱가포르, 러시아, 영국 순이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