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김용준 인수위원장.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선이었다. 사진공동취재단 |
엄밀히 따지자면, ‘김용준’은 아니더라도 깜짝 인선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인선 당일, 인수위 내부에서는 “확실한 건, 지금껏 언론에 거론된 유력 후보자는 아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애초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사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과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이 두 사람 모두 제의를 고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참담한 청문회 결과가 후보자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능환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 대선 논란거리로 떠오른 ‘개표’ 의혹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까지 꾸준히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총리직 제안을 받았지만 장 교수가 이를 거절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장 교수를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총리 인선’이 뜻밖의 인물로 결정 난 배경에는 최우선 후보자들의 잇따른 ‘고사’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하다 최종적으로 ‘패’가 간 곳이 김용준 후보자였다는 것이다. 애초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총리 후보자 명단에 올리긴 했지만, 우선순위는 4~5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나이가 고령(75세)이었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렸다는 얘기도 있다. 그가 만약 국무총리로 최종 인선되면 역대 최고령 국무총리가 되는 셈이다.
인수위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앞선 유력 후보자들의 잇단 고사로 총리 인선과정이 워낙 촉박하게 진행된 탓에 김용준 후보자의 총리 지명은 매우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앞선 몇몇 후보자들의 경우,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분조회가 이뤄졌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이 과정 자체가 생략됐다고 한다. 이는 그 만큼 박 당선인이 김 후보자를 믿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는 신진 영입인사의 선두주자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 지근거리서 주요 요직을 거쳐 ‘러닝메이트’까지 가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의 ‘무거운 입’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후보자와 비견되는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박 당선인 면전 앞에서도 ‘껄끄러운 말’을 서슴지 않았지만, 김 후보자는 선대위 시절부터 발언권이 주어져도 항상 “나는 할 말 없다”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는 인수위원장직에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그의 ‘우직함’이 박 당선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무엇보다 ‘이동흡 청문회 사태’를 겪은 박 당선인이 스스로 ‘안전한 카드’를 택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김용준 후보자의 총리 인선에는 부인 서채원 여사(73)의 영향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무총리 부인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자 부인도 중요했던 것이다. 서 여사는 이대 메이퀸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성격이 활발해 밖에서는 ‘여장부’로 불린다고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장남 체중 미달, 차남 ‘통풍’ 이유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김 후보자의 두 아들 문제가 검증대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모두 군 면제를 받았기 때문. 특히 김 후보자의 차남 김범중 씨는 군 면제 사유가 ‘통풍’으로 밝혀져, 통풍이 과연 병역면제 사유로 적절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아들의 군 면제 사유를 자세히 알아봤다.
김 후보자의 장남인 김현중 씨는 1989년 체중 미달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1989년 당시 병역면제 기준 키는 170㎝면 45㎏ 미만, 175㎝라면 47㎏ 미만이었다. 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 국제변호사로 활동 중인 현중 씨는 170㎝ 안팎 건장한 체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남인 김범중 씨는 1994년 통풍으로 역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통풍은 관절염의 일종으로 염증 반응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통풍에 걸렸다하면 엄지발가락이 붓고 통증이 시작되거나 뼈마디가 울퉁불퉁 붓는 증상이 생기곤 한다. 삼기당 한의원 김권식 원장은 “통풍에 걸리는 원인은 통상적으로 과도한 술, 고기 섭취,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체내에 요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범중 씨가 면제를 받았던 1994년, 통풍은 5급에 해당하는 면제 사유였다. 당시 통풍과 관련한 징병검사 법령은 ‘통풍 및 기타 확인된 대사질환’으로 명시돼 있으나 무슨 증상을 겪어야 하는지, 통풍의 정도가 어느 정도로 심해야 하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통풍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령이 마련된 건 1999년부터다. 바뀐 기준에 따르면 통풍이 현증(의사가 확인 가능한 병)일 경우 7급, 과거력은 있으나 현증이 없이 요산만 증가한 경우는 3급,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는 5급으로 밝혀져 있다. 기준이 좀 더 강화된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 시대에 어떤 질병이 빈번하냐에 따라 판정 기준이 달라진다. 통풍 기준 변경도 그러한 것들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풍은 여성보다 남성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잘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추세가 점점 변하고 있다고 한다. 김권식 원장은 “과거에는 40~50대의 나이대에 통풍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령층이 점점 내려가고 있고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범중 씨는 조금 이른 나이에 통풍에 걸려 군 면제를 받은 셈이다.
한편 범중 씨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극동대학교 측에 문의한 결과, 범중 씨가 아직도 통풍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극동대학교 관계자는 “교수님이 통풍을 앓고 있어 가끔씩 몸이 편찮으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통풍 때문에 강의를 휴강하는 일은 거의 드물다”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